北 속내는 “美와 대화 재개”

  • 입력 2001년 11월 29일 18시 28분


전군주요지휘관회의
전군주요지휘관회의
북한 외무성 대변인이 28일 회견을 통해 미국에 대한 ‘적절한 대응’을 강조하고 나선 것은 일단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이 26일 대량살상무기(WMD) 사찰을 요구한 데 대해 ‘최소한의 반응’을 보인 것으로 해석해야 될 것 같다.

특히 북측은 강경대응을 피한 채 경수로건설 지연에 따른 전력손실 보상을 강조함으로써미국을 자극하지 않겠다는 의도를 여실히 드러냈다.

이 같은 반응은 부시 행정부 출범 직후 “미국의 대북정책 방향에 따라 미사일 발사유예조치와 제네바 기본합의서를 파기할 수도 있다”고 밝혔던 강경 입장(2월 21일, 북한 외무성 대변인의 담화)과 비교할 때 매우 온건한 편. 뿐만 아니라 반(反)테러에 동참하는 북한의 노력까지 은근히 강조한 것은 미국측에 대화 재개를 촉구하는 메시지도 담겨 있는 것 같다.

이 같은 상황 전개는 북한이나 미국이나 서로에 사용할 마땅한 카드가 별로 없다는 사실을 입증하는 대목이기도 하다.

부시 대통령은 이번에 핵 생화학무기와 미사일 등 포괄적인 범주의 대량살상무기 사찰을요구한 셈이나 그중 핵심적인 핵무기의 사찰은 94년 제네바 합의에 따라 경수로의 핵심부품 인도 전에 실시하도록 돼있다.

따라서 경수로공사 지연으로 완공 일정이 당초 2003년보다 약 7∼8년 늦춰질 것이 확실시되는 지금 상황에서는 핵사찰 논의 자체가 시기상조인 셈이다. 즉 미국도 현 상황에서 북한을 제재하고 강제할 만한 마땅한 근거가 없다는 얘기다.

북한 또한 미국의 압력에 대한 강경대응 카드로 핵확산금지조약(NPT)에서의 탈퇴와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북한 내 활동 중지 등을 생각할 수 있지만 이는 체제 붕괴를 각오하지 않고는 선택하기 어려운 현실이다.

따라서 북한이 어정쩡한 대응을 할 수밖에 없었다는 것이 우리 정부의 분석이다.

다만 북-미대화의 공백이 길어지고 남북관계도 소강상태인 시점에서 이 같은 사찰 논란이 불거짐으로써 북한과 미국 모두 대화 재개의 실마리를 찾는 데 더욱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게 대체적인 관측이다.

<김영식기자>spear@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