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사위 표결 안팎]교원법 밀어붙인 '1席의 힘'

  • 입력 2001년 11월 28일 18시 42분


28일 국회 법사위에서 신승남(愼承男) 검찰총장의 국회 출석 요구안과 교원정년 연장 법안에 대한 표결 처리를 마무리하려는 야당과 어떡하든 표결을 막아 보려는 여당이 한치의 양보 없는 공방을 거듭했다.

그리고 결국 ‘여당 퇴장’ ‘야당 단독 표결 강행’이라는 사나운 모양새를 남겼다.

▽3당3색 속셈〓민주당은 검찰총장 출석요구안의 경우 법사위가 의결하더라도 신 총장이 응하지 않을 것이고, 교원정년 연장 법안은 법안심사소위로 넘겨 시간을 끌되 정 안되면 본회의에서 총력 저지한다는 방침이었다.

다만 야당이 표결을 강행할 경우 몸으로 막는 등 무리수는 두지 않는다는 입장을 정했다.

한나라당은 검찰총장 건은 곧바로 표결 처리하되, 교원정년 건은 여론의 역풍을 고려해 상정만 하고 표결은 하지 않는다는 전략을 세웠다. 그러나 이 전략은 자민련의 반대에 부닥쳐 둘 다 표결을 강행하는 쪽으로 선회했다.

교원정년 건을 더 중시하는 자민련은 이 안건의 법사위 통과를 보장해야 검찰총장 건에 협조할 수 있다고 고집했다.

여야 간사 협의는 ‘협의’라기보다는 기존의 일방적인 주장을 통보하는 것이 전부였다. 중간 중간에 ‘각당 대책회의’가 열렸으나 강경한 주장만 나올 뿐이었다.

▽검찰총장 출석 방식 논란〓검찰총장을 정부위원으로 부를지, 증인으로 부를지를 놓고 여야간, 야야간에 신경전이 치열했다.

민주당은 “검찰총장은 정부위원이 아니고 증인으로 부를 경우 심문 대상이 구체적이지 않다”며 출석 요구 자체가 적법하지 않다는 논리를 폈다.

간사인 함승희(咸承熙) 의원은 협상 말미에 ‘정부위원 자격으로 부른다면 응하겠다’는 입장을 취했으나 야당이 ‘3대 게이트의 축소 은폐 수사를 따지기 위해’ 증인으로 부르겠다고 하자 간사 협의장을 박차고 나와 버렸다. 이왕 거부할 것이라면 법적 다툼의 소지가 있는 ‘정부위원 출석요구’가 부담이 적기 때문이었다.

한나라당은 정부위원으로 부를 경우 불응해도 제재조항이 없는데다 법률적 다툼까지 제기되자 증인출석요구 쪽으로 방침을 바꿨다.

그러나 밑바탕에는 어차피 검찰총장이 안나오겠다는 입장을 밝힌 만큼 위반시 처벌조항이 있는 증인 출석요구를 하는 것이 탄핵소추의 명분을 쌓는데도 유리하다는 판단이 깔려 있다.

▽한-자 공조〓교원정년 연장안이 법사위 전체회의에 상정되자 민주당 의원들은 차례로 나서 “다른 공무원들과 형평성 문제가 있다” “법안심사소위로 넘겨 추가 심의를 하자”며 극력 저지했지만 수를 앞세운 야당의 신속 처리 방침에 밀렸다.

박헌기(朴憲基) 위원장이 교원정년법안에 대해 표결을 강행하자 민주당 의원들은 “이렇게 일방적으로 밀어붙여도 되느냐”고 소리치면서 전원 퇴장해 버렸다.

▽1석의 힘〓이날 법사위를 사실상 주무른 인물은 자민련 김학원 의원이었다. 민주당과 한나라당이 각각 7명인 상황에서 김 의원이 어떤 입장을 취하느냐에 따라 표결 결과가 달라지기 때문.

김 의원이 자신을 빼고 열린 26일의 총무회담을 이유로 법안 처리에 협조하지 않겠다고 ‘몽니’를 부리자 한나라당 이재오(李在五) 총무는 “미안하다. 다음부터는 자민련을 포함해 총무회담을 하겠다”고 다짐해야만 했다.

한나라당이 원래의 전략을 수정하면서까지 의사일정을 ‘교원정년 연장안-검찰총장 출석요구안-일반 법안’ 순으로 하고, 교원정년 연장안을 표결 처리한 것도 김 의원의 1표를 얻기 위한 양보였다.

<윤종구기자>jkma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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