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 "금강산사업 중단" 배경]"지원 줄다리기 지쳤다"

  • 입력 2001년 11월 20일 18시 37분


현대아산이 남북한 정부를 겨냥해 다음달 15일까지 가시적인 활성화 대책을 내놓지 않을 경우 사업을 중단하겠다고 밝힌 것은 내부 사정이 더 이상 ‘꾸려갈 수없을정도’로한계에이르렀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현대아산 고위 관계자는 20일 “당장 다음달에 돌아오는 어음을 결제할 수 없는 형편”이라고 내부 자금사정을 털어놓았다.

현대아산은 금강산 관광사업에서 손을 뗀 현대상선 소유의 해금강호텔(선상호텔)을 인수키로 했지만 아직 손을 못 대고 있다. 1100만달러의 인수대금 가운데 10%인 110만달러를 계약금으로 지급한 이후 대금 지급은 엄두도 못내고 있다.

현대아산은 최근 18명의 임원을 5명으로 줄이는 등 생존(生存)책 마련에 부심했다. 그러나 이는 엄청난 손실을 내고 있는 이 사업에 별다른 도움을 주지 못하고 있다. 현재 배를 띄우면 띄울수록 하루에 고스란히 1억원의 영업손실이 발생되고 있다. 여기에 고정투자비에 대한 비용까지 합칠 경우 생존할 수 없는 상황까지 이르렀다는 얘기다.

김윤규(金潤圭) 사장은 “이럴 바에야 사업을 중단하자는 주장이 그동안 내부에서도 끊임없이 나왔지만 조금만 더 참자고 말렸다”며 “하지만 아무리 취지가 좋은 사업도 연료(자금)가 없는데 무슨 수로 끌고 가느냐”고 말했다.

한편 ‘사업중단 불가피론’이라는 초강수 발언은 남북한 당국을 동시에 겨냥한 ‘벼랑끝 전략’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현대아산 관계자는 “남북한 당국자들이 서로 핑퐁경기를 하고 있는 형국”이라며 “금강산 사업과 관련있는 당국자들을 만나면 한결같이 (이 사업은) 중단할 수 없는 사업이라고 입을 모으지만 총대를 맬 사람이 아무도 없는 것도 엄연한 현실”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북한측이 먼저 경제특구와 육로관광을 허용하면 지원책을 모색할 수 있다는 반응이다. 반대로 북측 당국자들은 한국 정부가 금강산 사업에 성의를 보여야 경제특구도 빠른 시일 내에 해결할 수 있다는 것. 양측의 이러한 평행선을 더 이상 기다릴 수 없다는 것이 현대아산의 입장이다. 현대아산은 다음달 중 북측과의 추가 협의에 큰 기대를 걸고 있다.

현대아산측은 “남북 당국자들이 현대아산의 상황을 더 정확히 알고 있을 것”이라며 “정몽헌 회장이 이달 말 북한의 평양이나 금강산을 방문하면 경제특구 지정 등에 어떤 진전이 있으리라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관광공사가 지급하지 않고 있는 450억원의 조기 지급여부도 다음달 중 결론을 낼 것으로 보여 금강산 사업의 지속여부는 이제 ‘초읽기’에 들어간 것으로 보인다.

<김동원기자>davis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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