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10·7 대공습]南-北, 北-美대화 지연 불가피

  • 입력 2001년 10월 8일 05시 23분


미국의 아프가니스탄 공습은 정부의 대북 화해 협력 정책과 북-미대화, 대(對) 중동외교 등 대외정책 전반에 적지 않은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정부 관계자는 “남북관계가 중단된 지 6개월 만인 지난달 중순 제5차 남북 장관급회담이 재개되면서 탄력을 받기 시작한 남북 대화가 이달 중 줄줄이 예정돼 있는데 이번 공습으로 상당한 영향을 받을 우려가 있다”며 “당분간 북-미대화의 재개도 사실상 기대하기 어려울 것 같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미국의 이번 공습이 테러범 제거라는 의도와는 달리 이슬람권 국민의 반미감정을 고조시킬 우려가 큰 만큼 원유 수급의 70% 이상을 의존하는 중동지역에 대해서도 세심한 외교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남북 및 북-미관계 경색 우려〓미국이 본격적으로 테러에 대한 응징전을 시작한 만큼 모든 국가적 역량을 ‘전쟁목표 달성’에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조지 W 부시 행정부 출범 이후 단절된 북-미대화의 재개는 당분간 대외정책의 우선 순위에서 더욱 뒤로 밀릴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남북관계와 북-미관계가 병행 발전돼야 한다는 정부의 희망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줄 것이 분명하다.

정부는 그동안 북-미대화의 조속한 재개를 위해 미측에 △북한에 대한 적대 의도가 없음을 선언하고 △가능한 범위 내에서 대북 경제지원에 나서고 △북-미대화 재개의 시기와 장소를 먼저 제시하는 적극성을 보여달라고 요청해 왔으나 이것이 모두 ‘공염불’이 될 가능성이 높다고 정부 관계자들은 우려했다.

반면 정부 일각에서는 북측이 향후 미측의 대테러 전쟁에 보다 전향적인 자세를 취한다면 북-미관계 개선의 새로운 기회를 맞게 될 수도 있다는 전망을 내놓기도 한다.

▽대(對) 중동 우호외교 변함 없다〓정부는 그동안 미국의 테러 응징에 전폭적인 지지를 표명했던 것은 미국 내 테러 사건이 반인륜적이며 반문명적 범죄이고 우리 교민도 희생된 데 따른 것일 뿐 중동 국가와의 우호협력 관계에는 아무런 변화가 없다는 입장을 거듭 밝혀왔다.

외교부 관계자는 “주한 중동국가 대사들을 테러 사건 발생 이후 초청해 정부의 이 같은 입장을 전달했고 현지 우리 대사관에도 중동국가 정부에 이를 잘 설명할 것을 여러 차례 지시했다”고 말했다.

여야 의원들도 외교통상부 국감 등을 통해 한결같이 “대테러 지원이 중동외교에 영향을 줘서는 안 된다”는 입장을 정부에 알렸다.

그러나 정부는 미국의 공습에 이어 지상군이 투입되는 등 전쟁 양상이 확대될 경우 이슬람 국가들의 반미감정이 고조될 것에 대비해 대책을 마련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부형권기자>bookum90@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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