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교장관마다 단명…'봐주기 인사' 또 말썽

  • 입력 2001년 9월 28일 18시 37분


건설교통부 공무원들은 요즘 표정이 더욱 어두워졌다.

김대중 정부 출범후 건설교통부 장관
이름재임기간비고(주요 경력)
이정무 98년 3월 4일∼ 99년 5월 24일 정치인
이건춘 99년 5월 24일∼2000년 1월 14일 전 국세청장
김윤기2000년 1월 14일∼2001년 3월 26일전 토지공사 사장
오장섭2001년 3월 26일∼8월 22일 정치인
김용채 8월 22일∼9월 7일전 토지공사 사장
안정남 9월 7일∼?전 국세청장

취임한 지 20여일밖에 안된 안정남(安正男) 건설교통부 장관이 부동산투기 의혹 등으로 연일 ‘십자포화’를 맞은 데 이어 근육암 재발로 입원하면서 사실상 행정공백에 가까운 표류상태가 빚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안 장관이 사의를 표명했다는 소식이 알려진 28일 “또 장관이 바뀌어 업무보고를 새로 해야 하나”라고 한숨을 쉬면서도 “이제는 제발 장관직을 제대로 수행할 수 있는 분이 왔으면 좋겠다”고 말하는 사람도 적지 않았다.

안 장관이 물러나고 새 장관이 임명될 경우 건교부는 김대중(金大中) 정부 출범 후 벌써 7번째 장관을 맞게 된다. 특히 올들어 5번째로 장관이 바뀌는 셈이다.

이처럼 건교부 장관이 자주 교체되는 것은 장관임명 과정에 문제가 적지 않기 때문. 건설교통행정을 책임져야 할 장관직에 전문성을 무시하고 대통령에 대한 충성심이나 정치적 안배에 따라 비전문가들을 앉히다 보니 ‘파리목숨’이 됐다는 지적이다.

이정무(李廷武) 오장섭(吳長燮) 김용채(金鎔采) 전 장관은 공동여당 시절 ‘자민련 배려’로 임명된 정치인 출신. 또 이건춘(李建春) 전 장관과 안정남 장관은 현정부에서 국세청장으로 ‘충성’한 데 따른 보상으로 장관이 된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안 장관의 경우 97년에 근육암 판정을 받는 등 건강이 극히 좋지 않았는데도 인선과정에서 제대로 스크린도 되지 않았다.

27일 건교부 국정감사에서 야당 의원들은 “어느 부서보다 업무량이 많고 전문성을 필요로 하는 건교부 장관직을 업무 능력을 도외시하고 ‘자민련 배려’ ‘충성심’ 등 나눠먹기식으로 임명하다 보니 항공안전등급이 2등급으로 떨어지는 등 건설교통 행정이 난맥상을 드러내고 있다”고 질타했다.

이처럼 ‘단명장관’이 속출하다 보니 부작용이 많을 수밖에 없다. 건교부의 한 중간간부는 “5년, 10년을 보고 정책을 개발하고 추진해야 할 부처에서 몇 달 앞을 내다볼 수 없다”며 “새로 오는 장관에게 기본 업무보고를 하다 한 해가 다 갈 판”이라고 말했다. 건교부장관 부임 후 주택 건설 항공 교통 수자원 등 기본적인 현안을 파악하는 데만도 몇 개월이 더 걸린다고 공무원들은 말한다.

장관이 자주 바뀌는 후유증은 일시적 업무 공백에 그치지 않는다. 신임 장관의 소신과 취향에 따라 정책 방향이 달라지는 경우도 많아 업무의 연속성이 떨어지는 경우도 많다. 대한주택공사와 한국토지공사의 통합 작업과 철도사업 민영화 속도 등에서 실제로 이런 일이 나타났다. 주택매매가나 전세금 안정대책을 마련하는 부서의 직원들은 장관에 따라 주문하는 강도가 달라 혼선을 빚기도 했다.

<구자룡기자>bonh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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