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바아서 은신 北간호사 한국대사관이 北에 인계

  • 입력 2001년 9월 9일 18시 28분


지난해 8월 리비아의 한 의료센터에서 일하던 20대의 북한 여자 간호사가 근무지를 벗어나 우리 교민의 보호를 받다가 9일 만에 한국대사관의 주선으로 북측에 인계된 사실이 뒤늦게 밝혀졌다. 외교통상부는 9일 이같이 밝히고 “그러나 그 간호사가 주 리비아 한국대사관에 망명 등을 요청한 적은 없었다”고 말했다.

▽외교부가 밝힌 사건의 전말〓간호사 J씨는 지난해 8월12일 근무지를 벗어나 평소 같은 성씨라는 이유로 친분이 있던 우리 교민 J씨(50대·농장주)의 보호를 받았다. 닷새 후 북측 공관원 10여명이 교민 J씨의 농장으로 찾아와 J씨의 아들에게 “간호사 실종 사건 때문에 조사할 게 있다”며 동행을 요구했다. J씨의 아들은 우리 대사관에 급히 연락했고 대사관 직원이 달려가 북측 공관원들을 일단 돌려보냈다.

그러나 교민 J씨는 신변에 위협을 느꼈던지 이날 밤 간호사를 다른 교민에게 맡기고 자신은 서울로 돌아왔다. 이에 북측은 리비아 당국에 정식으로 수사를 의뢰하는 한편 우리 대사관측에 협조를 요청했다. 간호사를 보호하던 다른 교민도 원만한 사태 해결을 바란다며 중재를 원했다. 우리 대사관은 같은 달 20일 중재에 나서 간호사가 북측으로 돌아가도록 주선했다. 간호사는 근무지에 복귀했고 3개월 뒤인 11월 에 북으로 돌아갔다.

▽의문점〓외교부는 문제의 간호사가 근무지를 이탈한 정확한 이유는 파악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그러나 관측통들은 완벽한 통제사회에 북한의 혈맹인 리비아에서 근무지를 벗어나 우리 교민 사회로 숨어든 것 자체가 남한행을 원했기 때문이 아니겠느냐고 지적했다.더구나 대사관측이 이 간호사와 직접 접촉하지 않은 것은 이 사건이 탈북사건으로 확대될까봐 소극적으로 대응했기 때문이 아니냐는 것. 정부 당국자는 “솔직히 그 간호사가 망명을 원했다고 해도 리비아에서는 해결책이 없다”고 말했다.이 당국자는 “북한 대사관으로 돌아간 간호사가 곧바로 북으로 송환되지 않고 3개월 더 근무하다가 귀국한 것을 보면 북측 역시 이를 단순사건으로 처리한 것 같다”고 전했다.

<부형권기자>bookum90@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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