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美 지루한 '핑퐁 공방' 美 "대화" 거듭 강조

  • 입력 2001년 8월 9일 18시 23분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이 6월6일 대북정책 성명을 통해 북-미대화 재개를 선언하면서 제시한 핵, 미사일, 재래식무기 등 3대 의제를 둘러싸고 북-미간에 ‘핑퐁식 공방’이 두달째 계속되고 있다.

북측은 “미측의 일방적인 의제들을 절대 받아들일 수 없으며 이를 철회하기 전에는 마주 앉을 수 없다”는 주장이고, 미측은 “아무런 전제조건이 없다는 데 무슨 소리냐”는 것.

양측 사이에서 가장 애가 타는 것은 한국 정부다. 북-미대화가 재개되지 않고는 남북관계의 진전도 기대할 수 없기 때문.


▽북-미간의 ‘평행선 공방’〓북한은 6월18일 외무성 대변인 담화를 통해 “미국측은 쌍방이 서로 마주앉기도 전에 협상의제를 일방적으로 결정해 발표했다”며 “경수로 건설 지연에 따른 전력손실 문제가 최우선적인 의제가 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미측은 일관되게 “북-미대화의 의제와 순서 등은 만나서 정하면 되지 않느냐”고 반박하고 있다.

외교안보연구원 김성한(金聖翰) 교수는 “부시 행정부는 ‘빌 클린턴 행정부 때처럼 축구장(북-미대화)에서 공(북한)만 쫓아다니는 대북정책은 펴지 않겠다’고 공언하고 있는 반면 북측은 ‘클린턴 행정부 때로 돌아가라’고 주문하고 있어 양측이 간극을 좁히지 못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북한은 부시행정부가 북-미관계 개선에 우호적인 의지가 있는지 의심하고 있는 만큼 확실한 방향설정이 되기 전까지 준비할 시간을 버는 측면도 있다”고 말했다.

▽애타는 정부〓정부는 지난달 콜린 파월 미 국무장관이 방한했을 때 “북-미대화 재개를 위해 북측에 보다 유연한 태도를 취할 수 없겠느냐”고 촉구했다. 그러나 미측은 “북측이 정상적인 외교채널을 통해 직접적인 응답을 해와야 한다”며 먼저 손을 내밀 뜻이 없음을 분명히 했다.

정부 관계자들은 “한미일 대북정책조정감독그룹(TCOG) 회의가 내달 초 일본에서 열릴 예정이지만 현재처럼 북-미가 전혀 접점을 찾지 못하고 있는 상황에서는 의미 있는 대화가 이뤄질 것 같지 않다”고 말했다.

<부형권기자>bookum90@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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