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산처 낙하산인사 두둔…파문 예상되자 서둘러 非보도 요청

  • 입력 2001년 5월 11일 18시 29분


공기업 낙하산 인사를 막는 데 앞장서겠다던 기획예산처가 오히려 최근의 공기업사장 인사를 두둔하는 자료를 내놓아 눈총을 받고 있다.

기획예산처는 11일 ‘공기업 낙하산 인사 비판 관련’이라는 3쪽 짜리 해명자료를 통해 올 들어 선임된 공기업 사장들이 대부분 전문가이며 정치인 출신도 우수한 경영실적을 나타내는 경우가 있다고 주장했다.

예산처는 “올 들어 선임된 8개 기관의 최고경영자(CEO) 중 6명이 전문가 출신이며 정치인 출신인 유인학(柳寅鶴) 한국조폐공사 사장의 경우 좋은 구조조정 실적을 냈으므로 정치인 출신도 공기업 사장에 못 앉으라는 법은 없다”고 밝혔다.

이런 방침은 그동안 기획예산처가 수시로 공기업 개혁을 위해선 낙하산 인사가 없어야 한다고 주장하던 것과 어긋나는 것이어서 공기업 개혁의지가 후퇴한 것 아니냐는 지적을 받고 있다.

김경섭(金敬燮) 기획예산처 정부개혁실장은 “고석구(高錫九) 한국수자원공사 사장과 이상철(李相哲) 한국통신 사장, 곽주영(郭周榮) 한국담배인삼공사 사장은 모두 내부인사 츨신이며 오영교(吳盈敎)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 사장과 이수일(李秀一) 한국감정원장은 공무원 출신으로 관련업무 경험이 많은 사람들”이라면서 “석탄공사의 유승규(柳昇珪) 사장은 정치인 출신이지만 함태탄광에서 10여년간 근무해 탄광관련 전문가”라고 말했다.

또 13, 14대 국회의원으로 자민련 부총재를 지낸 주택공사 권해옥(權海玉) 사장은 민간기업 간부(동부그룹 전무 등) 경험을 고려했다는 것. 석유공사의 이수용(李秀勇) 사장도 해군참모총장 출신이나 사장추천위원회의 심사를 거쳤다는 것이다.

예산처는 공기업만 예를 들었을 뿐 낙하산 인사가 판을 치는 정부산하기관의 기관장에 대해선 별다른 해명을 하지 않았다.예산처는 이날 해명자료를 내놓으며 공식 간담회까지 가졌으나 문제가 될 조짐을 보이자 부랴부랴 기사를 쓰지 말 것을 당부해 외압에 따른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 일고 있다 .

<최영해기자>moneychoi@donga.com

▼야, 공기업인사 국정조사 요구▼

한나라당은 11일 민주당이 공기업 ‘낙하산 인사’ 시비에 대한 공개토론을 요구한 데 맞서 사실을 규명하기 위한 국정조사를 요구하고 나섰다.

한나라당은 주요당직자 회의에서 “현 정권의 마구잡이식 낙하산 인사의 폐해가 극에 달하고 있다”고 의견을 모으고 국정조사를 즉각 실시해 ‘인사 파탄’을 낱낱이 규명할 것을 여당에 제의했다.

권철현(權哲賢) 대변인은 “과거 정권 때 사장, 감사 등 책임자급에 국한됐던 낙하산 인사가 이 정권 들어 상임이사 등 간부직에 이르기까지 무차별적으로 확산되고있다”며 “경찰 출신이 어떻게 공공감정평가업무의 전문가이며 다년간의 군 지휘경력이 급변하는 세계석유시장을 파악할 수 있는 경험이 될 수 있느냐”고 비난했다.

그는 또 “국민건강보험공단과 건강보험심사평가원 등의 정실인사 때문에 건강보험 파탄사태가 벌어진 사실도 부정하려 하느냐”면서 “여당이 공개토론을 주장하는 것은 국민을 상대로 생떼를 써보려는 속셈”이라고 공격했다.

이에 앞서 민주당은 10일 한나라당의 “공기업 낙하산 인사” 비난에 대해 국민의 정부 3년간과 한나라당이 정권을 담당했던 최근 20년간의 공기업 인사현황에 대한 공개토론을 제의했다.

<선대인기자>eodl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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