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인제최고 국회 대표연설 전문]

  • 입력 2001년 4월 4일 10시 16분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국회의장을 비롯한 선배 동료 의원 여러분, 국무총리와 국무위원 여러분!

▼지금이 역사의 분기점▼

20세기가 끝나고, 새로운 21세기가 시작되었습니다. 20세기는 우리에게 어떤 세기였습니까? 나라를 잃었고, 국토가 두 동강이 났고, 동족끼리 총부리를 겨누었습니다.

21세기는 우리에게 어떤 세기이어야합니까? 분명한 것은, 21세기도 결국은 우리가 만들어가야 한다는 사실입니다. 치욕과 고통의 20세기를 우리 조상들이 만들었던 것처럼 말입니다.

백년 전의 한국과 세계를 되돌아봅시다. 백년 전에도 국제질서가 급변했습니다. 그것이 각국에게 위기와 기회를 동시에 주었습니다.

당시에 일본은 그 기회를 잘 살려서 부강한 국가로 거듭났습니다. 그러나 우리는 그렇지 못했습니다. 우물안 개구리처럼 바깥 세상에 빗장을 걸어놓고 서로 싸움질만 하다가, 나라를 빼앗겼습니다.

국가의 명운이 좌우되는 시점이라는 점에서, 저는 지금이 백년 전과 크게 다르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훗날 사람들은 바로 오늘이 백년 전처럼 중대한 시기였노라고 말할 것입니다.

제 2의 경제 도약을 통해서 일류 국가로 거듭 태어날 수 있느냐, 아니면 제 2의 경제 위기를 맞아서 삼류 국가로 추락하고 마느냐, 그것을 가름하는 역사적 분기점이 바로 지금이기 때문입니다.

백년 후에 우리 후손들이 지금의 우리를 어떻게 평가할 것인가, 그것은 전적으로 우리에게 달려 있는 것입니다.

저는, 저를 포함해서 현세를 살아가는 모든 국민들이 백년을 내다보는 선조들이었다는 평가를 받았으면 합니다. 또한 우리나라가 화해와 평화, 통합이라는 세계사적 조류를 선도한 나라였다는 칭찬을 들었으면 합니다.

▼3년의 평가와 자성▼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IMF 사태라는 초유의 경제위기와 함께 출범한 '국민의 정부' 3년은, 위기를 기회로 바꾸기 위해 노력해온 기간이었습니다.

건강하고 희망찬 나라로 거듭나기 위해서 뼈를 깎는 고통을 참으면서 개혁을 단행했습니다.

'국민의 정부'는 우선 경제를 다시 살려야 했습니다. 당장의 국가부도 위기에서 벗어나야만 했습니다.

위기의 재발을 막기 위해 구조 조정을 단행해야 했습니다.

권위주의와 성장지상주의 시대를 거치면서 누적된 사회 각 분야의 병폐를 바로잡아야 했습니다.

새로운 지식정보화 시대를 앞서가기 위해 기반을 구축하고 인력을 육성해야 했습니다.

남북 관계도 개선해야 했습니다. 갈등과 대립으로 민족의 에너지를 더 이상 소진하지 말고, 화해와 협력으로 공동번영을 추구해야 했습니다.

'국민의 정부'는 이런 분명한 비전을 가지고 많은 일을 추진해 왔습니다. 국민 여러분께서도 이해하고 동참해 주셨습니다. 국제사회도 지금 우리가 바른 길을 가고 있다고 평가하고 있습니다. 그 덕분에 눈에 띄는 많은 성과도 거두었습니다.

우리는 환란위기를 극복했습니다. 954억 달러의 외환을 보유해서 세계 5위가 되었습니다. 4대 개혁으로 경제 시스템의 건전성과 투명성을 높이고 있습니다.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를 도입하는 등 선진복지사회의 기틀도 마련했습니다.

국민 2050만명이 인터넷을 사용해서 웹(web) 인구 비중이 세계에서 가장 높은 나라가 되었습니다.

역사적인 남북정상회담이 실현됐고 이산가족 2370여명이 상봉했습니다.

그러나 이런 성과 뒤에서 많은 국민들이 큰 고통을 겪었다는 사실도 잘 알고 있습니다.

우리가 겪고 있는 고통의 상당부분은 변화와 개혁의 과정에서 불가피하게 파생된 것입니다.

오늘 이 자리에서 저는, 집권당과 정부의 잘못된 점도 자성하고자 합니다. 여러 개혁을 추진하면서 때로는 미숙했고, 때로는 철저하지 못했습니다. 성과에 집착한 나머지, 원칙과 기초를 소홀히 한 경우도 없지 않았습니다. 의료 개혁과 교육 개혁 등에서는 시행착오도 적지 않았습니다.

특히 일자리를 잃고 차가운 밤거리를 헤매시는 분들, 주가폭락으로 소중한 재산을 잃으신 분들, 자금조달의 어려움으로 밤잠을 설치시는 중소기업인들, 상대적으로 빈곤해진 중산층과 서민들, 이런 분들께 진심으로 사과와 위로의 말씀을 드리고자 합니다.

더 이상, 집권 경험이 없어서였다고 말할 수만은 없습니다.

더 이상, 변화와 개혁에 반대하는 기득권층의 반발 탓이라고도 말하지 않겠습니다.

그래도, 변화와 개혁은 우리 국민의 역사적 과업입니다. '국민의 정부'의 숙명적 과제입니다. 당장의 고통과 혼란을 두려워해서 변화와 개혁을 회피한다면, 고통과 혼란은 오히려 더욱 커질 것입니다.

변화와 개혁을 이루기 위한 협력에는 여와 야, 지역과 계층이 따로 있을 수 없습니다. 온 국민이 하나가 되어야 합니다. 이 시대적 과제 앞에서 우리는 반목하고 싸울 겨를이 없습니다.

여와 야와 지역과 계층이 화해하고 협력해야 합니다.

▼새로운 정치 패러다임의 모색▼

존경하는 선배 동료 의원 여러분!

과거의 산업사회에서는 제조업이 중시되었고 원료를 획득하고 상품을 파는 시장으로서 식민지를 필요로 했습니다. 이러한 환경에서는 투쟁과 대립이 당연시되었습니다.

그러나 지금은 지식과 정보 그리고 문화의 가치가 중시되는 시대입니다. 특히 WTO체제 출범이후 경제활동의 영역이 국경을 초월하게 되었습니다. 지식과 정보와 문화에서의 경쟁과 협력이 국경을 넘어서 펼쳐지게 된 것입니다.

이에 걸맞게 한국의 정치도 투쟁과 대립에서 경쟁과 협력으로 그 행태가 바뀌어야 합니다. 그것이 새로운 100년을 향한 새로운 정치의 패러다임입니다.

▼국민을 위해서 봉사하는 경쟁을 합시다▼

사회 각 분야가 변화와 개혁을 모색하고 있는데도, 아직도 정치권은 극한 투쟁이라는 舊態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습니다.

극한 투쟁은 카리스마적인 리더십 일색이었던 권위주의 시대의 잔재입니다.

국민은 지금 새로운 정치를 바라고 있습니다. 원칙과 법을 지키면서 토론과 합의로 문제를 풀어가는 정치, 좋은 정책과 대안을 가지고 국민을 위해서 봉사하는 경쟁을 하는 정치, 바로 이런 정치를 국민은 요구하고 있습니다.

국회가 그 마당이 되어야 합니다. 그러나 아직도 우리 국회는 공전과 파행을 면치 못하고 있습니다. 이것을 바로 잡아야 합니다.

국회를 토론과 합의의 장으로 만들라는 국민의 요구가 지금 극에 달해 있습니다. 선배 동료 의원 여러분들께서도 설 연휴 기간을 통해서 그런 여론을 확인하셨을 것입니다.

우리 국회가 이 요구를 제대로 수용하지 못한다면, 정치권 전체가 국민의 심판, 준엄한 역사의 심판을 받게 될 것입니다.

극한 대결의 장으로 전락한 국회, 이런 국회를 여야가 善意의 경쟁을 하는 토론과 합의의 장으로 바꿔야 한다는 데 대해서는 야당도 생각을 같이할 것입니다. 더 나아가서 개혁과 구조조정이 우리가 가야 할 길이라는 데 대해서도 야당도 동의할 것입니다.

개혁과 구조 조정에 실패한다면, 그 때는 여도 야도 지역도 계층도 그리고 남녀노소도 따로 없는 국가적 불행이 될 것입니다.

야당도 개혁과 구조 조정에 대한 구체적인 아이디어와 대안을 가지고 선의의 경쟁을 펼쳐주실 것을 당부 드리는 바입니다. 야당이 정권의 실패를 기대해서도 안되지만 국가의 실패를 바라는 것은 더더욱 안될 일이기 때문입니다.

▼정쟁을 중단하고 경제살리기에 전념합시다▼

야당 총재께서 경제와 민생 문제에 관해서는 여야가 없다고 말씀하셨습니다. 저는 야당 총재의 그러한 충정에 대해서 진심으로 환영의 말씀을 드립니다.

또한 우리 당의 김중권 대표도 야당에게 '무파행 국회 선언'을 제안한 바 있습니다. 여야의 이런 제안들이 말로만 그쳐서는 안될 것입니다.

올해는 개혁과 구조 조정을 마무리해야 하는 데다가 전국 규모의 선거가 없습니다. 저는, 여야가 올 한 해 동안만이라도 정쟁중단을 선언할 것을 제의하는 바입니다.

올해만이라도 여야가 정쟁을 중단하고 경제회복과 민생 살리기에 전념한다면 그것이 바로 국민이 원하는 새로운 정치가 될 것입니다.

말로는 경제살리기에 협력한다면서도, 실제로는 경제적 위감을 부추기는 일은 이제 없어져야 합니다.

경제는 심리입니다. 우리 내부에서 위기감을 부추기는데 어느 외국인 투자자가 우리를 믿고 투자하겠습니까. 우리 경제에 대해서 긴장감은 유지하되 과장된 위기의식을 증폭시켜서는 안됩니다.

▼경제개혁과 구조조정을 확실히 마무리하겠습니다▼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다행스럽게도, 지난해 하반기에 고조됐던 우리 경제에 대한 불안감과 위기 의식이 올해 들어 어느 정도 진정되고 있습니다. 구조조정의 의지를 새롭게 하고 경기조절 정책을 펴는 것이 효과를 내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렇다고 해서 방심하거나 구조조정을 게을리 한다면, 경제위기는 언제든지 다시 찾아올 것입니다.

80년대 이후 금융이 세계화되는 과정에서 많은 나라들이 우리와 같은 경제위기를 겪었습니다. 그 나라들 가운데 일부가 그런 이유로 다시 위기를 맞았습니다. 80년대 초반에 경제 위기를 겪고도 90년대 초반에 다시 위기를 맞은 남미가 좋은 예가 될 것입니다. 90년대 초반부터 지금까지 경기침체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일본도 비슷한 예입니다.

남미나 일본처럼, 앉아서 10년을 잃어버릴 수는 없습니다. 우리는 남미와 일본을 反面敎師로 삼아야 합니다.

이미 계획된 대로 이달 말까지 기업, 금융, 공공, 노사 등 4대부문의 개혁을 마무리 짓고 常時개혁 체제로 전환해야 할 것입니다.

그렇게 해서 부실한 기업과 금융기관이 없어지도록 해야합니다. 공공 부문과 노사 부문도 새로운 출발을 할 수 있게 해야합니다.

그렇게 함으로써, 올해 후반기부터 경제가 확실히 되살아날 것입니다. 우리 경제가 재도약의 기회를 맞게 될 것입니다.

▼실업자와 서민에 대한 대책을 강구하겠습니다 ▼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경제지표들이 회복기미를 보이는 데도 많은 국민들은 여전히 불안해하고 있습니다. 자신이 빈곤해지고 있다고 느끼는 국민도 많습니다.

국민 대다수를 차지하는 중산층과 서민들이 구조조정으로 인한 고통을 유독 크게 부담하기 때문입니다. 빈부의 격차가 좁혀지지 않는 것도 안타깝지만 사실입니다.

어떤 정부와 여당이 빈부격차의 심화를 방관하겠습니까. 우리당과 정부는 빈부격차 심화를 막고 중산층과 서민의 부담을 완화시키도록 더욱 더 노력할 것입니다. 빈부격차 완화를 위해서 지난해부터 실시되는 '소득 분배 구조 개선 3개년 계획'을 더욱 내실화하는 방안을 강구하겠습니다.

2단계 구조조정으로 실업자가 다시 늘어나고 있습니다. 구조조정에 따른 불가피한 현상입니다. 그러나 실업의 고통을 줄이고 실직자들이 다시 일자리를 갖게 하는 것은 정부와 여당의 책무입니다.

어느 정부와 여당이 실업자를 양산해서 국민들에게 고통을 주고 싶어하겠습니까? 우리 당과 정부는 현재의 실업대책을 보완해서 차질없이 수행하겠습니다.

직장을 잃은 4-50대 중장년층의 소중한 경험과 경륜이 死藏되지 않도록 다각적인 방안을 강구하겠습니다.

또한 10%대의 높은 실업률을 보이는 청년층의 실업자들에 대해서 특단의 대책을 강구하겠습니다.

▼주식시장과 중소기업을 살리겠습니다▼

우리 경제의 기반과 잠재력에 비해 크게 위축돼 있는 주식시장 때문에 중산층은 경기침체를 더욱 뼈저리게 실감하고 있습니다.

주식시장이 다시 살아날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구조조정을 조기에 완수하여 우리 경제의 체질을 강화하는 것이 지름길입니다. 아울러 주식 수요기반을 확충해서 주식시장이 안정적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저는 요즘 많은 중소기업인, 벤처기업인, 영세상인들과 자영업자들을 만났습니다. 이 분들 대부분이 어려움을 호소했습니다. 지표 금리는 싸지만 돈이 잘 돌지 않아서 자금을 구할 길이 없다고 말했습니다.

이는 기본적으로 금융 구조 조정 과정에서 금융 시스템이 일시적으로 기능을 못해서 그렇습니다.

금융구조조정을 조기에 완료해서 자금시장이 정상을 되찾도록 하겠습니다. 그러기 전까지 이들 중소기업인, 벤처기업인, 영세상인, 자영업자들의 자금난을 덜어주기 위해서 보완책을 마련하고 있습니다.

또한 구조조정에 성공한 기업에 대해서는 신명나게 기업활동을 할 수 있도록 법적, 제도적 지원을 확대하겠습니다.

▼공적자금 사용을 철저히 관리토록 하겠습니다▼

경제위기를 맞이한 국가가 공적 자금을 투입해서 금융기관과 기업을 살리는 것은 공통된 해법입니다. 금융기관과 기업의 부실을 털어 내고 새로운 출발을 도모하기 위해서는 이 방법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그 과정에서 정부와 금융기관, 기업의 '도덕적 해이'는 철저히

경계해야 합니다.

대우처럼 수조원의 공적자금을 투입했는데도 제 기능을 발휘 못하는 기업에 대해서는 진상을 철저히 규명하고 책임소재를 분명히 하도록 하겠습니다.

특히 부실기업주에 대해서는 은닉재산을 끝까지 추적해서 환수하도록 할 것입니다.

우리는 여야의 합의로 '공적자금에 관한 특별법'을 만들었습니다. 이를 근거로 공적 자금의 투입 규모와 대상, 사용 방법에 대해서 면밀히 감시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이제 국회는 공적자금에 대한 지속적 감시자 역할을 수행해야할 때입니다. 야당은 공적 자금에 대한 악의적이고 근거 없는 비난을 삼가야 옳습니다. 공적자금 투입의 원인을 과거 정권이 제공했기 때문에 더더욱 그렇습니다.

▼효과적인 교육환경을 조성하겠습니다▼

많은 가정들이 자녀들의 사교육비에 엄청난 돈을 쓰고 있습니다. 적지 않은 국민들은 자녀 교육 때문에 우리 나라를 떠나고 있습니다.

국내 고등학교 졸업자들이 바로 미국과 영국의 명문대에 지원해서 합격하는 경우도 늘고 있습니다. 바야흐로 교육도 전세계가 무한경쟁을 하는 시대가 되었습니다.

과연 우리의 고등학교와 대학이, 그리고 우리의 교육제도가 세계적인 경쟁력을 갖추고 있는지 면밀히 검토해야 할 때입니다. 추진과정에서 혼선을 빚었던 교육정책을 재점검해서, 국민이 신뢰할 수 있는 비전을 제시하도록 하겠습니다.

학생은 즐거운 마음으로 학교에 갈 수 있고, 학부모는 안심하고 자녀를 학교에 보낼 수 있고, 교사는 자랑스럽게 교단에 설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교육부가 교육인적자원부로 다시 탄생했습니다. 교육부총리 제도를 새로 도입했습니다. 교육 개혁을 새로운 각오로 성실히 수행하겠다는 '국민의 정부'의 의지의 표현입니다.

우리 당과 정부는 중학교 의무교육을 내년부터 확대실시하기로 결정했습니다. 만 5세 아동의 무상교육 기회를 확대해 나가기로 했습니다. 교육재정을 확보하기 위해 꾸준히 노력한 결과입니다. 앞으로도 교육 재정을 지속적으로 확충하도록 하겠습니다.

그렇게 해서 학급당 학생수를 줄이고, 학교 시설과 환경을 개선하도록 하겠습니다. 교사들의 처우를 개선해 사기를 진작시키도록 하겠습니다. 교사들을 교육 개혁의 진정한 주체로 다시 자리매김할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의약분업 제도를 정착시키겠습니다▼

지난해 산고 끝에 시행된 의약분업이 이제 정착국면에 접어들었습니다. 그 동안 고통과 불편을 감내해주신 국민 여러분께 이 자리를 빌어 감사를 드립니다. 우리 당과 정부는 이 제도 본래의 취지를 살리도록 세심하게 노력하겠습니다.

▼식품의 안전과 질병에 대한 대책을 강구하겠습니다▼

식품의 안전성을 둘러 싼 논란도 그치지 않고 있습니다.

수입 납꽃게, 농약 콩나물과 채소, 그리고 최근에는 광우병과

관련하여 국민들께서 크게 걱정하고 계십니다.

식품을 믿을 수 없다면 어떻게 국민들이 안심하고 살 수가 있겠습니까?

식품과 물을 안심하고 먹고 마실 수 있도록 법적, 제도적 보완을 해나가겠습니다.

수입 식품의 경우에도 현지에 미리 검역관을 파견하여 품질 관리를 하도록 하겠습니다.

그래서 국민 보건과 복지에 만전을 기하도록 하겠습니다.

▼여성에 대한 약속도 착실히 지키겠습니다▼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국민의 정부'는 여성부를 신설했습니다. 여성계가 오랜 세월동안 바랐던 여성정책담당 국가기구를 출범시킨 것입니다.

우리 당은 이에 만족하지 않고, 여성부가 여성의 권익실현을 위해 필요한 권한을 충분히 확보하도록 후속조치를 취할 것입니다.

또한, 여성의 권익 향상을 여성부만의 일로 보지 않고 정부의 모든 부처가 공동으로 실현해야 할 목표로 삼겠습니다.

우리는 지금까지 그랬듯이 앞으로도 여성들에 대한 약속을 착실하게 지켜 나가겠습니다.

▼야당 총재의 북한방문을 권유합니다▼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남북관계의 지속적인 개선은 한반도의 평화와 민족의 장래를 위해서 긴박하고도 절실한 과제입니다. 동북아와 세계의 화해와 평화를 위해서도 긴요합니다.

김대중 대통령이 노벨 평화상을 수상하고 세계가 한반도의 긴장완화를 축하한 것도 바로 그 때문입니다.

남북 화해와 협력은 세계가 주목하며 기대하고 있습니다. 그것은 역사와 시대의 요구입니다. 收支만 따지거나 낡은 이념에 집착해서 소모적인 논쟁을 되풀이해서는 안 됩니다. 하물며 눈앞의 정치적 이익만을 위해서 민족 문제를 그르쳐서야 되겠습니까.

그렇게 해서는 세계의 비웃음을 받고 역사의 비정한 평가를 면하지 못할 것입니다.

북한은 남북정상회담으로 국제사회의 일원이 되었습니다. 김정일 위원장의 答訪은 북한이 국제사회에 더욱 깊숙이 진입하는 데 결정적으로 기여하게 될 것입니다. 또한 남북관계 개선과 한반도 평화정착을 더욱 안정적인 궤도에 올려놓는 중요한 계기가 될 것입니다.

일각에서는 우리가 북한에 끌려만 다닌다고 비난합니다. 그러나 북한은 50년 동안 주장해온 주한미군 철수, 연방제, 국가보안법 폐지 등에 대한 입장을 바꾸었습니다. 남북정상회담 이후 긴장완화와 교류협력 등 우리의 요구가 대부분 실현되고 있습니다.

결코 우리가 끌려다닌 것이 아닙니다. 우리가 준 것도 있지만 얻은 것도 많습니다.

저는 야당에게 제안하고자 합니다. 김정일 위원장의 답방이 원만하게 이루어질 수 있도록 협조해 주시기 바랍니다. 야당도 지난해 남북정상회담 지지 결의안을 우리당과 함께 만장일치로 채택했습니다. 그렇다면 2차 남북정상회담을 위한 김정일 위원장의 답방을 돕는 것이 당연한 것 아닙니까!

저는 이 기회에 야당 총재께서도 북한을 방문해서 김정일 위원장과 회담하실 것을 제안하고자 합니다. 우리 당과 정부는 그것을 기꺼이 도와드릴 용의가 있습니다.

남북관계는 '국민의 정부' 출범 이후 획기적으로 개선되고 있습니다. 그러나 때로는 우여곡절도 생길 수 있습니다.

이번에 저는 미국을 방문해서 朝野의 인사들을 폭넓게 만나고 돌아왔습니다. 부시 행정부의 출범으로 우리의 대북 정책과 남북 관계가 차질을 빚어서는 안된다고 생각합니다.

앞으로도 우리가 대북정책을 일관되게 추진하고, 한반도 문제를 남북한이 주도적으로 풀어가기 위해서는 미국·일본과 더욱 더 튼튼하게 공조해야 합니다. 중국 및 러시아와도 좀더 긴밀해져야 합니다. 그런 '新 4강 외교'가 반드시 필요합니다.

▼지역감정을 정치에 악용해서는 안됩니다▼

존경하는 선배 동료 의원 여러분, 여야는 지역화합을 위해서 진지하게 공동으로 노력해야 합니다. 그 동안 정치권은 지역감정을 완화하려는 노력을 게을리 했습니다. 오히려 그것을 악용하기도 했습니다.

남북이 화해와 협력을 모색하고 있는데 동서갈등은 없어지지 않고 있습니다. 이제는 그것을 없애야 합니다. 더 이상 남겨두지 말아야 합니다.

앞으로 우리 당은 국회 차원에서 지역 화합을 위해서 필요한 법과 제도를 진지하게 연구하고 검토할 것입니다. 야당도 여기에 적극 동참해주시기 바랍니다.

▼3대 개혁 입법은 시대의 요청입니다▼

인권법·반부패기본법의 제정과 국가보안법의 개정 등 3대 개혁입법은 민주인권국가 실현을 위해서 불가결합니다. 우리 당은 이들 3대 개혁 입법의 조기 처리를 위해서 최대한의 노력을 다할 것입니다.

특히 국가보안법의 개폐는 우리의 가장 가까운 우방인 미국과 유엔, 국제노동기구, 국제사면위원회 등 국제기구들이 우리의 인권신장을 위해서 권고해 왔습니다.

한국에 3만7천명의 군대를 주둔시키고 있는 미국이 한국을 불리하게 만들기 위해서 국가보안법 개정을 권하겠습니까?

우리 당이 보안법 개정을 추진하는 것은 북한을 의식해서가 아닙니다. 국제관계를 당당하게 전개해 가려면 민주인권국가에 걸맞는 법체계를 갖춰야 하기 때문입니다.

물론 보안법 개정에는 여야간의 충분한 협의가 필요합니다.

다수 국민의 동의도 필수적입니다. 우리 당은 여야협의를 거쳐서, 그리고 국민의 동의를 얻어서 보안법 개정을 추진할 것입니다.

▼법과 질서를 존중하는 강한 여당이 되겠습니다▼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최근에 우리 당은 자민련과의 공조를 강화했습니다. 자민련과의 확고한 공조를 통해서 정치를 안정시키겠습니다. 그것이 경제회복을 돕고 국민을 안심시키는 길이라고 저희들은 확신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정당의 통합은 이념이 같아야 가능하지만 정당의 공조는 정책적 합의가 이루어지면 가능한 것입니다. 독일의 사회당과 녹색당 연정이 바로 대표적인 예인 것입니다.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아울러 우리 당은 '강한 여당, 힘 있는 여당'으로 거듭나고자 합니다.

권위주의 시대의 여당처럼 국민과 야당을 압도하겠다는 뜻이 결코 아닙니다. 정책과 비전을 가지고 국민의 신망을 받는 여당이 우리가 지향하는 '강한 여당'입니다. 토론과 합의를 중시하면서도, 원칙과 법을 분명히 지킴으로써 국민에게 믿음을 주는 여당이 바로 우리가 추구하는 '힘 있는 여당'인 것입니다.

원칙과 법에 따른 주장과 행동은 충분히 보장돼야 합니다. 정부, 여당은 의약분업과 숱한 노사분쟁을 대화와 타협으로 해결해왔습니다.

반면, 원칙과 법을 무시하는, 불법적이고 폭력적인 주장과 행동에는 단호하게 대응해야 합니다. 사회 안정을 저해하는, 正道를 벗어난 집단이기주의에도 엄정하게 대처해야 합니다.

요즘 안기부 예산 횡령 사건으로 정치권이 시끄럽습니다. 안기부 예산 횡령 사건이 어떤 사건입니까?

국가 예산을, 그것도 국가안보에 쓰라는 안기부 예산을 당시 여당이 횡령해서 선거자금으로 쓴 사건이 아닙니까? 어떤 정부가 이런 불법사건을 알면서도 덮어 둘 수가 있겠습니까?

예산을 횡령한 사람이 자백하고 있는 데도 이것이 정치자금에 대한 수사입니까? 이번 수사는 정치자금 수사가 아니라 예산 횡령 수사입니다.

야당은 사건을 호도하지 말아야 합니다. 불법행위는 정쟁의 대상이 될 수가 없습니다. 진상이 철저히 밝혀져야 합니다.

다시는 그런 터무니없는 일이 재발하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도

진상이 규명돼야 합니다.

야당은 관계자들을 당당히 검찰에 출두시켜서 진상규명에 협조해야 할 것입니다.

▼맺음말▼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우리는 오늘의 고통을 이겨 내야 합니다. 우리 당과 정부가 혼신의 힘을 다해서 국민의 고통을 덜어드릴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국민 여러분께서도 조금만 더 인내하시면서 협력해 주실 것을 간곡히 호소해 마지않습니다.

우리는 해낼 수 있습니다. 우리는 저력과 지혜를 가진 민족입니다. 우리는 오늘의 어려움을 이길 수 있는 힘과 슬기를 갖고 있습니다.

우리는 수많은 外侵을 당했지만 나라와 민족과 언어와 문화를 지켜 냈습니다. 해방 이후에도 전쟁의 폐허를 딛고 '한강의 기적'을 이루었습니다. IMF환란도 금반지를 모아가며 일년반만에 극복했습니다.

그런 저력으로 오늘의 어려움을 이겨내야 합니다. 그런 슬기로 개혁과 구조조정을 성공시켜야만 합니다.

우리 민족이 힘과 지혜를 합치면 못할 일이 없습니다. 여야간, 계층간, 지역간, 남북간 화해와 협력을 이루어 경제를 다시 살려내고, 밝고 자랑스러운 공동체를 건설해 나갑시다. 民族史의 새 章을 열어갑시다. 21세기를 한반도 평화의 세기, 한민족 번영의 세기로 만들어 나갑시다.

그렇게 해서 백년 후의 후손들에게 우리 모두가 위대한 조상으로 기억되게 합시다.

경청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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