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방부, '남북 화공작전 전면금지 합의'

  • 입력 2001년 2월 9일 17시 41분


9일 국방부에선 난데없는 화공(火攻)작전 논란이 벌어졌다.

발단은 남북 군사실무회담 남측 수석대표인 김경덕(金暻德·준장)국방부 군비통제차장이 8일 오후 판문점 북측지역 통일각에서 5차 회담을 마친 뒤 "남북이 비무장지대(DMZ)내에서 실시해온 화공작전을 전면 금지하기로 합의했다"고 발표한 데서 비롯됐다.

DMZ내 생태계 보호차원에서 에코 브리지(생태이동통로) 설치와 함께 화공작전 금지를 북측에 제의해 합의를 이끌어냈다는 설명이었다.

화공작전은 한 쪽이 DMZ내에서 사계(射界)를 확보하기 위해 사격에 방해가 되는 수목과 잡초에 불을 지르면 상대편도 이를 막기 위해 맞불을 지르는 것. 화공작전 전면금지 합의는 남북간 군사적 신뢰구축을 위한 또하나의 진전으로 평가할 수 있는 대목이었다.

그러나 합참측의 설명은 달랐다. 합참 관계자는 9일 "90년대 이후 북측이 의도적으로 DMZ내에 불을 지르는 화공작전은 없었다"며 "지난해 DMZ내에 19차례 화재가 났지만 동물이 지뢰를 밟거나 북측이 화전(火田)을 일구다 불씨가 넘어와 발생한 화재였다"고 말했다.

이 설명대로라면 지난 10여년간 남북 양측은 화공작전을 실시하지 않았다는 얘기. 따라서 화공작전 전면금지 합의는 국방부의 회담성과 부풀리기 아니냐는 지적이었다.

이에 국방부는 뒤늦게 해명에 나섰다. 의도적인 화공작전은 없었지만 대형화재가 발생하면 일정지역에 경유를 뿌리고 점화봉으로 불을 붙여 맞불을 놓는 것도 넓은 의미의 화공작전이라고 부르며, 남북간 합의는 이런 맞불작전도 자제하자는 의미라는 뜻이었다.

그러면서 군사실무회담에서 남북 수석대표가 나눈 대화내용도 공개했다. 남측 김수석대표가 '앞으로 화공작전을 하지 말자'고 즉석 제의했고 북측은 '우리는 화공작전을 한 적이 없다'고 했다는 것. 이같은 남측 제의는 회담이 한창 진행되던 시간에 국회에 가있던 조성태(趙成台)국방장관이 국방부에 지시, 회담장에 긴급훈령으로 전달돼 이뤄졌다는 후문이다.

결국 조장관의 즉흥적 아이디어가 긴급훈령으로 회담장에 전달되면서 양측간에 '앞으로 DMZ내 화재예방을 위해 서로 노력하자'고 대화가 오간 것이 '남북 화공작전 전면금지 합의'로 발표된 것이다.

<이철희기자>klim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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