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총재 정국해법 안팎]"국회에서 모든 걸 풀자"

  • 입력 2001년 1월 30일 18시 40분


10여일간의 장고(長考) 끝에 나온 한나라당 이회창(李會昌)총재의 정국해법은 한마디로 ‘국회에서 모든 승부를 걸겠다’는 것이다.

30일 한나라당 국회의원―지구당위원장 연찬회 말미에 ‘총평’이라는 형식을 빌려 내놓은 이총재의 구상은 정쟁 중단과 국민을 우선하는 정치, 국회에서의 종합적이고 제도적인 정치개혁 추진으로 요약된다. 그리고 이는 다시 △정치자금법 개정 △정치보복금지법 제정 △선거법 개정 △정치개혁특위 정상화로 구체화된다.

◀ 이총재가 30일 천안 지구당위원장 연찬회에서 권철현 대변인에게 뭔가 지시하고 있다.

과거 여야의 정치자금을 특별검사제로 풀자는 종전의 ‘수세적 입장’에서 한 발 더 나아가 ‘정치개혁의 제도화’라는 공세적인 대안 제시로 ‘안기부 돈 선거자금 유입’사건으로 교착된 정국의 돌파구를 찾겠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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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는 ‘안기부 자금사건 등 정치현안은 강력히 대응하되 경제와 민생은 국회에서 챙긴다’는 당초의 원내외 병행투쟁론보다 국회 쪽에 무게중심을 더 두겠다는 뜻이기도 하다.

이총재가 ‘총평’에서 “이 나라에 참된 의회정치는 실종되고 없다” “국회를 참된 정치의 중심으로 되돌려놓아야 한다”는 등 국회복원을 여러차례 강조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여기에는 원내 제1당으로서 국회야말로 가장 승산이 높은 대여(對與)투쟁의 장이라는 인식이 깔려 있는 듯 하다. 차기 대선을 고려하더라도 김대중(金大中)대통령과의 장외 정면대결은 자신도 ‘정쟁의 한 당사자’가 돼 상처만 입게 된다는 판단도 작용한 듯하다. 정치보복금지법 제정을 제안한 것은 여권의 압박을 피하면서 동시에 자신에게 강한 거부감을 보이고 있는 3김(金)을 ‘껴안기’ 위한 메시지로도 해석된다. 또 자신에 대한 조계종 정대(正大)총무원장의 발언도 상당히 의식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 같은 이총재의 전략이 얼마나 효과적일지는 미지수다.

당장 민주당은 “안기부 자금사건에 대한 해명이나 사과 한마디 없이 정치개혁주장으로 상황을 호도하고 있다”며 시큰둥한 반응을 보였고, 정치보복문제에 대해서도 “법으로 해결할 사안이 아니다”고 못박았다. 선거법 개정에 대해서만 “정치개혁특위에서 논의할 수 있을 것”이라는 반응을 보였다.

국회가 정상화된다고 해도 여야가 곳곳에서 충돌할 가능성이 높다. 이총재의 한 측근은 “이총재도 원내투쟁만으로 여당을 상대할 수 있으리라고는 보고 있지 않다”면서 “앞으로 끊임없이 결단을 내려야 하는 상황이 벌어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정훈기자>jngh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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