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JP공조복원의 의미…대선 겨냥 일단 손잡아

  • 입력 2001년 1월 8일 23시 29분


8일 청와대 회동에서 김대중(金大中)대통령과 자민련 김종필(金鍾泌)명예총재가 발표한 합의문은 극히 원론적인 내용을 담고 있다. 하지만 그 행간(行間)을 찬찬히 뜯어보면 예사롭지 않은 대목이 적지 않다.

▽합의문의 의미〓우선 눈에 띄는 것은 ‘초심으로 돌아간다’는 대목. 이는 단순히 공조 복원을 강조하는 것 이상의 의미를 담고 있는 것 같다. 국정협의뿐만 아니라 자민련의 내각 지분 확보라는 ‘권력 분점’의 뜻을 함축하고 있다는 게 일반적인 해석이다. 양당은 97년 대선후보 단일화 당시 내각 지분에 있어서의 ‘권력 분점’을 약속했었다.

실제로 청와대와 민주당은 자민련과 현 정권 초기 수준의 공조관계를 회복하기 위해서는 내각에 자민련 지분을 늘려주는 게 필수적이라고 인식하고 있다. 여권의 한 고위관계자는 이와 관련해 “2월 이후로 예상되는 개각에서 자민련 현역의원의 추가 입각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대선후보 단일화 합의문 발표 이후 처음으로 두 사람이 합의문을 작성한 것도 ‘초심 복귀’를 위한 상징적 의미를 갖는다고 할 수 있다. 이번 합의문은 두 사람이 ‘신(新) 공조체제’의 구축을 정식으로 선언하는 의미도 지닌다.

JP가 발표한 “(대통령) 임기 마지막까지 최선의 공조를 하기로 합의했다”는 대목도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좀 발전적으로 해석하면 양당이 2002년 대선까지 ‘같은 길’을 걷겠다는 합의로 해석될 수도 있다.

그러나 대선까지는 아직도 2년 가까이 남아있다. ‘3김(金) 1이(李)’의 복합적인 구도가 가시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네 사람의 역학관계에 따라 DJP공조의 ‘질(質)’도 얼마든지 달라질 수 있다. 또한 이번 회동으로 공식 출범한 제2차 DJP공조 체제의 일차적 목표는 정국안정이라는 점에서 대선후보 단일화를 목표로 했던 1차 공조 때와는 기본성격이 다소 다르다.

▽향후 전망〓김대통령은 JP와의 이번 회동으로 2여(與)체제를 구축해 어느 정도 정국안정의 발판을 마련했다고 볼 수 있지만 여전히 국회는 ‘136 대 133’의 근소한 여대(與大)상태다.

오히려 ‘의원 임대’ 정국에서 드러났듯이 두 사람의 공조가 한나라당의 강한 반발을 야기해 대선국면까지의 여야 장기대치상태로 접어들 가능성도 있다. 한나라당의 한 당직자는 “DJ가 강해지면 이회창(李會昌)총재도 강해지기 마련”이라고 말했다. 강창희(姜昌熙)의원의 ‘반발’에서 볼 수 있듯이 자민련의 집안사정도 편안치는 않다.

이 때문에 두 사람이 ‘공조’의 차원을 넘어 결국 국회 안정의석 확보를 위한 정계개편을 추진할지 모른다는 관측도 끊임없이 제기되고 있다.

즉 이날 회동은 DJP공조→민주 자민련 합당→한나라당 일부까지 포함한 ‘합당+α’의 정계개편→정권재창출로 가기 위한 큰 그림의 첫 장(章)에 지나지 않는다는 얘기다.

일단 JP는 이 같은 시나리오를 강력히 부인하고 있다. 그는 5일 “우리 당은 우리의 길을 갈 것”이라며 합당론을 차단했고 이회창총재와의 회동가능성도 내비치는 등 공조를 하더라도 일정한 거리는 유지하겠다는 자세를 보이고 있다.

JP의 한 핵심측근은 “JP는 김대통령과 공조는 하지만 자민련의 정체성은 반드시 유지한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며 “JP의 구상은 한마디로 ‘DJP 공조 속 캐스팅보트 유지’ 전략으로 표현할 수 있다”고 말했다.

<김창혁·윤영찬기자>cha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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