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심한 대북정책]"북이 하자만 그저 하자는 대로"

  • 입력 2000년 10월 27일 18시 51분


정부는 임동원(林東源)국가정보원장과 북한 김용순(金容淳)노동당비서의 남북 특사회담(9월11∼14일)이 끝난 뒤 모든 이산가족의 생사확인이 연내에 완료될 것이라는 기대감을 내비쳤다.

그러나 불과 두달이 채 되지 않아 이런 기대는 물 건너간 듯한 느낌이다.

이산가족 문제 등 그동안 남북간에 합의된 일정만 보더라도 어긋나버린 게 한두 가지가 아니다. 북측이 통보해오지 않으면 아예 진행되지 않거나 합의된 날짜를 바꾸자고 일방적으로 제의해 오면 정부는 이를 수용하는 것이 남북관계의 관행처럼 돼버렸다.

북측은 27일 별다른 설명없이 일방적으로 연기했던 제2차 남북 경협실무접촉을 11월8일 갖자고 제의해 왔고 정부는 이에 동의한다는 전화통지문을 보냈다.

11월 초로 합의했던 2차 이산가족방문단 교환도 명단이 27일에야 통보돼 연기가 불가피하다. 남북간에 이처럼 일방적인 행태가 되풀이되고 있지만 정부는 뾰족한 대안이 없어 보인다. 일각에서는 정부의 대북정책에 한계가 온 게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전문가들은 이런 현상이 정부내 대북담당기구의 구조적 문제로부터 비롯된다고 지적한다. 대북정책의 ‘얼굴 마담’격인 통일부와 북한정보를 독점하는 국가정보원의 ‘무게’가 현저히 다르기 때문이라는 것.

이 때문에 북측의 약속 위반에 대해 항의를 하려고 해도 국정원을 포함한 관계기관간 협의를 거치고 나면 ‘없었던 일’이 되는 상황도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실제로 남북회담 진행 중에도 이들 대북정책 부서간의 갈등이 불거지기도 했다.

한 예로 임원장과 김비서간의 특사회담이 진행되는 동안 박재규(朴在圭)통일부장관에게는 북측 대표들과의 접근이 일절 허용되지 않아 박장관이 노골적으로 불만을 터뜨리기도 했다.

이에 국정원측은 회담 마지막날인 9월14일 박장관을 포함시킨 ‘급조 회담’을 마련해 북측 대표 4명과 남측 대표 5명이 한자리에 앉기도 했다. 남북회담 사상 전례가 없던 일이었다. 전문가들은 이런 일들이 재발되지 않으려면 북측의 신의 성실은 물로 정부의 당당한 자세와 효율적이고 균형잡힌 대북정책 결정 메커니즘 갖춰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영식기자>spear@donga.com

남북관계 일정변경 상황
예정행사당초 합의 일정변경된 일정
2차 이산가족방문단 교환11.2∼411.30∼12.2
2차 남북경협실무접촉10.1811.8∼11
2차 남북국방장관회담11월중12월초 또는 내년초
4차 남북장관급회담11.28∼12.1연기
사회문화교류연내 실시내년초
한라산관광단10월중내년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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