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브라이트 방북 이모저모]"중대합의 있었을 것" 추측

  • 입력 2000년 10월 24일 01시 05분


미국의 각료로서는 처음으로 23일 역사적인 북한 방문을 시작한 매들린 올브라이트 국무장관은 당초 일정을 앞당겨 김정일(金正日)국방위원장과 전격 회담한 데 이어 예술공연과 만찬에 참석하는 등 분주한 하루를 보냈다.

○…김정일국방위원장과 매들린 올브라이트 국무장관의 회담은 당초 24일 오전으로 예상됐으나 북한측이 일정변경을 통보한 뒤 김위원장이 오후 전격적으로 올브라이트 장관의 숙소인 백화원영빈관을 방문해 이뤄졌다.

김위원장은 회담에 앞서 "미 국무장관이 우리나라를 처음으로 찾아 준 것을 환영한다”고 인사말을 건넸고 올브라이트 장관은 이에 대해 “이렇게 아름다운 곳에 오게 돼 기쁘다”고 화답.

회담이 갑자기 앞당겨지자 미 국무부 관계자들과 취재기자단은 물론 북한측 관계자들까지 놀라며 배경에 촉각을 곤두세우며 긴장하는 분위기. 더구나 회담이 당초 예상보다 길어지자 일부에선 24일 올브라이트 장관의 기자회견 때 양국의 관계개선에 대한 중대 합의가 나올지도 모른다는 추측이 나돌기도.

○…김위원장과 올브라이트 국무장관은 23일 회담을 마친 뒤 평양 5·1경기장에서 10만명이 참가한 집단체조와 예술공연 ‘백전백승 조선노동당’을 나란히 앉아 관람했다고 조선중앙TV와 조선중앙방송 등 북한방송이 보도.

올브라이트 장관은 "일사불란한 집단체조에 익숙지 않아 잠시 할말을 잊었으나 차차 놀랍다는 반응을 보였다”고 국무부 관계자가 집단체조 관람 소감을 전했다.

○…김위원장은 만찬장에 입장하면서 그동안 날씨가 흐렸다가 이날 낮 맑아진 것을 가리켜 "올브라이트 장관이 해를 가져왔다”며 기분 좋게 웃어 3시간동안 진행된 회담에 크게 만족하는 모습이었다.

그러나 이날 만찬 환영사는 김위원장이 하지 않고 조부위원장이 대신해 눈길을 끌었다.

이날 만찬장 좌석배열은 김위원장의 오른쪽에 올브라이트 장관과 조부위원장이, 왼쪽에 웬디 셔먼 대북정책조정관 등의 순으로 정해져 김위원장이 미국여성 2명 사이에 앉았다.

○…김위원장과 올브라이트 장관이 회담을 하는 동안 미국 대표단은 평양에서 약 100㎞ 떨어진 6·25전쟁 당시 북한군과 미군의 격전장을 방문했다고 독일의 ZDF방송이 보도. 이 방송은 8100명의 미군 실종자 문제와 관련한 양국간 협상에 앞서 미국측이 사전 답사를 한 것이라고 의미를 부여.

○…이에 앞서 이날 오전 평양 순안공항에 도착해 김계관(金桂寬)외무성 제1부상의 영접을 받은 올브라이트 장관은 주한 미 대사관에서 차출된 리무진을 타고 숙소인 백화원영빈관으로 직행. 평양 시가지에는 월요일 아침 출근시간 탓인 지 행인들이 비교적 많았는데 미국 대표단과 취재단의 차량행렬이 지나가자 이를 지켜보던 행인들은 반갑게 손을 흔드는 모습.

올브라이트 장관은 곧이어 조명록(趙明祿)국방위원회 제1부위원장의 안내로 금수산 기념궁전을 방문.

○…올브라이트 장관은 금수산 궁전을 방문한 뒤 평양 낙랑구의 정백2 유치원을 찾아 10여명의 어린이가 아코디언 연주에 맞춰 춤추는 모습을 지켜본 뒤 직접 율동을 따라하기도. 그는 "나는 북한을 방문한 최초의 국무장관이자 어린이들과 율동을 함께 한 최초의 장관”이라며 "미국으로 돌아가 손자들에게 여러분들이 얼마나 귀엽고 춤을 잘 추는지를 얘기해 줄 것”이라고 만족감을 표시.

○…미 언론은 미국의 각료로서는 사상 처음으로 북한을 방문한올브라이트 장관의 평양도착을 일제히 톱기사로 보도.

워싱턴 포스트는 '오랜 적과의 관계개선을 위해 올브라이트 북한 도착’이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이례적으로 1면 톱기사와 함께 한 면 전체를 할애. 신문은 올브라이트 장관의 평양 일정을 소개하면서 "이틀간의 회담이 잘 진행될 경우 11월 빌 클린턴 대통령의 역사적인 북한방문이 이뤄질 것”이라고 소개.

CNN 방송은 올브라이트 장관이 평양의 백화원영빈관에서 김위원장과 회담하는 모습을 매시간 주요 뉴스로 보도하면서 클린턴 대통령의 평양방문을 위해 열린 회담이 약 3시간 동안 "화기애애하고 우호적으로 진행됐다”고 강조.

AP AFP통신 등도 시간마다 쉴새없이 평양발 기사를 타전.

<이종훈기자·평양〓한기흥특파원> taylor5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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