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브라이트-김정일 면담]'미사일 조율' 내용 촉각

  • 입력 2000년 10월 23일 23시 59분


"더 논의할 것이 있어 24일 또 만나기로 했다.”

김정일(金正日) 북한 국방위원장이 일정을 하루 앞당겨 23일 북한을 방문중인 매들린 올브라이트 미국 국무장관과 장시간 회담한 데 이어 24일 회담을 계속하기로 하는 등 북―미 양국의 여러 가지 현안을 해결하기 위한 방안을 상당히 구체적으로 논의하고 있다. 이 때문에 양측이 밝히지는 않고 있으나 특정 사안에 대해서는 상당한 진전이 이뤄진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첫날 양측이 논의한 현안에 대해 리처드 바우처 미 국무부대변인은 "미국의 관심사항들이 논의됐다”고 밝혔다. 이는 미국의 관심사인 북한의 미사일 및 핵 개발 중단, 북한을 테러지원국 명단에서 제외하는 문제 등이 주요의제였다는 발언으로 풀이된다.

올브라이트의 북한 방문에 동행한 미 국무부 관리는 북한이 중대한 조치를 취할 가능성을 거론하면서 "북한이 미사일개발과 관련해 취할 수 있는 중대한 조치에는 (타국이) 상업용 위성을 발사해주는 대신 북한이 미사일 개발계획을 포기하는 것이 포함될 수 있다”고 말해 양측이 미사일 문제에 대해 의견이 접근되고 있음을 내비쳤다.

양측의 협상에서 진전이 나올 것으로 예상하는 근거는 김정일 위원장이 이날 전격적으로 회동을 주도했기 때문. 김 위원장이 백화원영빈관으로 올브라이트 장관을 찾아 장시간 회담한 것은 뭔가 '작심’을 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김 위원장은 6월 김대중(金大中) 대통령이 북한을 방문했을 때도 특유의 '깜짝쇼’로 세계를 놀라게 했었다.

이날 회동에는 북한측에서 강석주(姜錫柱) 외무성 제1부상과 통역 등 3명이, 미측에서는 웬디 셔면 대북정책조정관, 스탠리 로스 동아태 담당 차관보, 찰스 카트먼 한반도평화회담 담당특사, 찰스 프리처드 백악관 국가안보회의 아시아 담당 선임국장 등이 배석했다.

그러나 양측이 상당한 진전을 이룰 경우에도 협상결과가 즉각 공개될지는 현재로선 미지수다. 올브라이트 장관의 방북은 빌 클린턴 대통령의 방문을 준비하기 위한 성격이어서 모든 성과 공개를 클린턴의 방북에 맞출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양측이 북―미 연락사무소 개설처럼 비교적 간단한 합의만 이끌어낸 뒤 주요 현안은 클린턴 방북 때로 넘길 것이란 관측도 나오고 있다.

<박제균기자·평양〓한기흥특파원〉phar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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