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미회담/정부 시각]남북관계 주춤 "기대반 우려반"

  • 입력 2000년 10월 22일 19시 10분


매들린 올브라이트 미국 국무장관의 방북을 보는 정부의 시선에는 기대와 우려가 함께 배어 있다.

기대는 북―미관계 개선으로 각종 경제 제재가 풀리면 국제금융기구의 대북 차관 제공을 통해 남북경협에 탄력이 붙을 것이라는 전망 때문이다. 연락사무소 개설 등 양측간 실질적 진전은 남북간에도 상응하는 조치들을 가능케 할 것으로 보기도 한다.

우려는 12일 북―미 공동성명 이후 양국간 관계 개선이 급류를 타는 듯한 반면 남북관계 일정은 뒤로 밀리는 듯한 상황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북측이 체제 보장과 경제 재건 등을 위해 북―미관계 개선에만 관심을 기울여 왔던 6월 남북정상회담 이전의 태도로 되돌아갈지도 모른다는 걱정스러운 관측도 있다.

만에 하나 북한이 올브라이트미국무장관의 방북을 계기로 북―미관계 개선에만 치중할 경우 평화협정 체결 등 정부의 대북 정책 구상이 암초에 부닥칠 수도 있다. 18일 열린 국가안전보장회의 상임위에서도 이런 고민이 논의된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는 남북간에 합의된 사업들을 예정대로 추진하기 위해 다각도로 노력하고 있으나 북측으로부터 뚜렷한 설명을 듣지 못하고 있다. 19일에는 이산가족 상봉 사업의 이행을 촉구하는 대한적십자사 총재 명의의 대북 서한을 보냈으나 역시 답이 없었다.

이러다 보니 정부 안팎에서는 “북측이 남한과 미국을 동시에 상대하는 ‘통미통남(通美通南)’ 정책을 쓴다면 별 문제가 없지만, 남한으로부터는 경제 지원만 챙기고 대미 관계에 치중하는 ‘경남통미(經南通美)’ 정책을 쓴다면 문제”라는 목소리도 차츰 커지고 있다.

그러나 정부의 한 관계자는 “북한이 조명록(趙明祿)특사를 미국에 보내 북―미관계 개선을 서두른 데에는 11월 미국의 대선에서 공화당이 집권하게 될지도 모르기 때문에 서둘러야 한다는 중압감도 작용했을 것”이라고 말하고 “북한이 미국과의 관계를 어느 정도 추스를 때까지 조바심을 갖지 말고 지켜보자”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올브라이트장관의 방북에도 불구하고 결국은 남북관계와 북―미관계가 비슷한 속도로 병행 발전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종석(李鍾奭)세종연구소 연구위원은 “북한은 내부 인력의 부족으로 인해 당장 올브라이트 장관과 빌 클린턴 대통령의 방북 등 당면 현안에 매달리고 있다”고 말하고 “그러나 김정일위원장이 이산가족문제 해결을 연내에 하겠다고 약속한 만큼 남북관계는 미국과의 ‘이벤트성 행사’가 끝난 뒤 제자리를 찾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영식·부형권기자>spea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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