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엔 로스앤젤레스 뉴욕 등의 친북 인사와 단체들을 중심으로 몇 개의 방북 창구가 있었으나 몇년 전부터는 북한측의 요구에 따라 재미동포전국연합(회장 함성국목사)이라는 단체로 창구가 일원화된 상태.
이 단체는 방북 희망자들의 신청서류를 접수, 유엔 주재 북한 대표부를 통해 북한 방문 비자를 일괄적으로 발부받는 일을 맡고 있다.
이 단체의 주남훈(朱南勳·58) 워싱턴지부장은 17일 “북한에서 이산가족상봉 등을 주선하는 해외동포원호위원회측으로부터 80년대부터 지난해까지 혈육을 만나기 위해 북한을 방문한 재미교포의 연인원이 6000명이나 된다는 말을 들었다”고 밝혔다.
이 중엔 북한을 여러번 방문한 사람들도 적지 않기 때문에 북한 땅을 밟은 재미교포가 정확히 몇명인지는 분명치 않다. 주씨도 15번이나 북한에 다녀왔다.
그러나 주미 한국대사관의 한 관계자는 이날 “남북관계가 진전돼 방북 여건이 상대적으로 좋았던 90년대 초엔 수천명의 교민들이 북한을 찾은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재미교포 중 한국국적을 갖고 있는 미 영주권자들의 경우 남북교류협력법에 따라 주미 대사관을 통해 방북신고를 해야 하나 실제로 신고하는 사람들은 그리 많지 않다.
북한은 최근 김정일(金正日)국방위원장의 생일(2월16일) 김일성(金日成)주석의 생일(4월15일) 해방기념일(8월15일) 정권창건일(9월9일) 노동당창건일(10월10일) 등 주요 기념일에 맞춰 재미교포들을 방북하게 하고 경축행사 기간을 이용해 가족들과 만나게 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방북 일자는 전적으로 북한 당국이 지정한다.
방북 비용은 90년대초까지는 숙박비 교통비 등을 포함, 300∼600달러씩을 받았으나 요즘은 북한 체재에 따르는 모든 비용을 실비(實費)로 받고 있다는 게 방북 교민들의 전언.
그러나 경제 사정이 어려운 북한의 가족들을 만나면 생활에 도움이 되도록 어느 정도 돈을 건네줘야 하기 때문에 실제로는 한번 방북에 대체로 1만달러(약 1100만원) 정도는 소요된다는 것.
한 교민은 “북한 당국은 우리가 가족들에게 주려는 돈의 액수가 많으면 일단 그 중에서 10%만 지급하고 그 다음해에 다시 나머지 잔액에서 10%를 지급하는 등 연차적으로 지급하고 있다”고 말했다.
재미교포들의 방북이 반드시 원만했던 것만은 아니다. 초기 방북자 들 중에는 별 생각 없이 북한의 경제난을 지적하거나 자신의 부를 자랑했다가 북측의 자존심을 건드려 마찰을 빚은 경우도 적지 않았다. 교포들의 방북이 90년대 중반 한동안 주춤했던 것도 방북 교포들의 행태를 북한측이 못마땅하게 여긴 것과 관련이 있다는 게 관계자들의 설명. 재미동포전국연합의 주워싱턴지부장은 “모처럼 이루어지는 남북 이산가족교류가 결실을 맺어 앞으로도 계속 이어지려면 남측 실향민들이 북측의 정치 경제 사상 문제 등은 언급하지 않고 순수한 가족간 이야기만 나누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충고했다.
<워싱턴〓한기흥특파원>eligiu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