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거주 이산가족 교류실태]작년까지 6천명 상봉

  • 입력 2000년 7월 18일 19시 05분


《미국에 거주하는 북한 출신 교포들 가운데는 이미 10년쯤 전부터 북한을 방문, 혈육과 상봉한 사람들이 많다. 미국 국적을 갖고 있는 시민권자들은 한국 국가보안법의 적용을 받지 않으므로 북한을 드나드는데 별다른 제약이 없기 때문. 북한은 80년대 후반부터 미국 내 실향민들을 대상으로 이산가족 상봉을 위한 방북을 허용해 왔다.》

처음엔 로스앤젤레스 뉴욕 등의 친북 인사와 단체들을 중심으로 몇 개의 방북 창구가 있었으나 몇년 전부터는 북한측의 요구에 따라 재미동포전국연합(회장 함성국목사)이라는 단체로 창구가 일원화된 상태.

이 단체는 방북 희망자들의 신청서류를 접수, 유엔 주재 북한 대표부를 통해 북한 방문 비자를 일괄적으로 발부받는 일을 맡고 있다.

이 단체의 주남훈(朱南勳·58) 워싱턴지부장은 17일 “북한에서 이산가족상봉 등을 주선하는 해외동포원호위원회측으로부터 80년대부터 지난해까지 혈육을 만나기 위해 북한을 방문한 재미교포의 연인원이 6000명이나 된다는 말을 들었다”고 밝혔다.

이 중엔 북한을 여러번 방문한 사람들도 적지 않기 때문에 북한 땅을 밟은 재미교포가 정확히 몇명인지는 분명치 않다. 주씨도 15번이나 북한에 다녀왔다.

그러나 주미 한국대사관의 한 관계자는 이날 “남북관계가 진전돼 방북 여건이 상대적으로 좋았던 90년대 초엔 수천명의 교민들이 북한을 찾은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재미교포 중 한국국적을 갖고 있는 미 영주권자들의 경우 남북교류협력법에 따라 주미 대사관을 통해 방북신고를 해야 하나 실제로 신고하는 사람들은 그리 많지 않다.

북한은 최근 김정일(金正日)국방위원장의 생일(2월16일) 김일성(金日成)주석의 생일(4월15일) 해방기념일(8월15일) 정권창건일(9월9일) 노동당창건일(10월10일) 등 주요 기념일에 맞춰 재미교포들을 방북하게 하고 경축행사 기간을 이용해 가족들과 만나게 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방북 일자는 전적으로 북한 당국이 지정한다.

방북 비용은 90년대초까지는 숙박비 교통비 등을 포함, 300∼600달러씩을 받았으나 요즘은 북한 체재에 따르는 모든 비용을 실비(實費)로 받고 있다는 게 방북 교민들의 전언.

그러나 경제 사정이 어려운 북한의 가족들을 만나면 생활에 도움이 되도록 어느 정도 돈을 건네줘야 하기 때문에 실제로는 한번 방북에 대체로 1만달러(약 1100만원) 정도는 소요된다는 것.

한 교민은 “북한 당국은 우리가 가족들에게 주려는 돈의 액수가 많으면 일단 그 중에서 10%만 지급하고 그 다음해에 다시 나머지 잔액에서 10%를 지급하는 등 연차적으로 지급하고 있다”고 말했다.

재미교포들의 방북이 반드시 원만했던 것만은 아니다. 초기 방북자 들 중에는 별 생각 없이 북한의 경제난을 지적하거나 자신의 부를 자랑했다가 북측의 자존심을 건드려 마찰을 빚은 경우도 적지 않았다. 교포들의 방북이 90년대 중반 한동안 주춤했던 것도 방북 교포들의 행태를 북한측이 못마땅하게 여긴 것과 관련이 있다는 게 관계자들의 설명. 재미동포전국연합의 주워싱턴지부장은 “모처럼 이루어지는 남북 이산가족교류가 결실을 맺어 앞으로도 계속 이어지려면 남측 실향민들이 북측의 정치 경제 사상 문제 등은 언급하지 않고 순수한 가족간 이야기만 나누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충고했다.

<워싱턴〓한기흥특파원>eligiu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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