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옷로비/與 정면돌파방침 배경]'옷'매듭지을 최종기회 판단

  • 입력 1999년 11월 28일 19시 56분


바빠진 당직자들
바빠진 당직자들
“김대중(金大中)대통령은 지금 피를 토하는 심정이다.”

‘옷로비의혹사건’ 위증 파문에 이어 사직동팀 조사보고서의 축소 조작 및 불법유출 의혹으로 상황이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악화되자 여권의 한 핵심관계자는 29일 김대통령의 심경을 이렇게 전했다.

다른 당직자는 “본질과 관계없는 사안으로 ‘공매’를 맞다가 이제는 ‘정권의 도덕성’에 치명상을 입는 판이 됐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여권 핵심부가 난마처럼 얽힌 ‘옷사건’의 해법을 정면돌파 쪽으로 가닥을 잡은 것은 바로 이같은 ‘절박함’ 때문이다. ‘옷사건’ 조사보고서의 축소 조작의혹이 제기된 직후 여권 관계자들이 ‘속전속결’을 강조하고 나선 것도 같은 맥락. 자칫 여기서 한번 더 실기(失期)하면 수습불능 상태에 빠질지 모른다는 게 여권 핵심관계자들의 현실인식이다.

조기수습론에 대한 여권 내의 공감대에는 위기탈출과 함께 정국주도권도 회복하겠다는 ‘양수겸장’의 의미도 깔려 있다. 여권 관계자들은 요즘 “‘옷사건’만 아니면 지금 한참 신당붐이 일고 있을 텐데…”라며 최근 상황전개에 안타까움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말하자면 연내에 정국 현안들을 모두 타결하고 새천년의 시작을 ‘신당붐’으로 연결시켜 총선까지 몰고 가려 했던 김대통령의 정국운영 시나리오가 ‘옷사건’ 파문으로 차질이 빚어졌다는 얘기다.

한 여권 관계자는 29일 “IMF를 극복하고 경제회생을 이룬데다 ‘햇볕정책’의 성과도 가시화되고 있는만큼 내정(內政)만 안정되면 업적을 정당하게 평가받을 수 있다는 것이 김대통령의 생각”이라고 전했다.

따라서 연말까지 ‘옷사건’을 포함한 각종 현안을 수습해 정리하고 개혁에 대한 각오와 의지를 새롭게 천명해나가면서 당초 계획대로 본격적인 ‘신당붐’ 조성에 나서겠다는 게 여권 핵심부의 복안인 듯하다.최근들어 여권 내에서 여야총재회담의 조기개최론이 설득력을 얻어가고 있는 것도 이같은 복안과 맥을 함께하는 수순이다.

〈이동관기자〉dkl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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