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서진 조기개편]여권 핵심부 권력지도 변화 가능성

  • 입력 1999년 11월 23일 00시 35분


예상보다 앞당겨 단행되는 청와대 비서진 개편은 그 어느 때보다 의미가 심대(甚大)하다.

앞으로 김대중(金大中)대통령의 국정운영 스타일과 여권 핵심부 내의 권력관계에 변화가 올 것임을 예고하는 신호탄의 성격을 지니기 때문이다.

청와대측은 총선에 출마할 김중권(金重權)대통령비서실장 등의 처지를 감안, 이번 비서실 개편이 결코 ‘문책성(問責性)’이 아님을 누누이 강조했다.

그러나 이번 개편은 ‘언론대책문건’ 파동에 이은 ‘옷사건’ 파문으로 다시 불거져나온 국정운영의 난조(亂調)를 추스르기 위한 시국수습책의 성격이 짙은 게 사실이다.

당초 김중권실장 등은 비서실 개편이 가능하면 내년초쯤 이루어졌으면 좋겠다는 ‘희망’을 갖고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최근 상황이 심각해지면서 “이대로 가면 원하든 원하지 않든 국정혼선의 책임을 뒤집어쓴 채 물러나는 모양새가 된다”는 판단 아래 사의표명을 한 듯하다.

김대통령 입장에서도 퇴진시기를 25일 신당 창당준비위원회 발족에 맞추는 식으로 ‘모양새’를 갖춰준 듯한 의도가 엿보인다.

아무튼 전격적인 비서진 조기개편으로 ‘옷사건’ 등의 과정에서 ‘원칙’과 ‘명분’에 얽매여 ‘여론’과 ‘정서’를 소홀히 하는 듯 비쳐졌던 김대통령의 경직된 국정운영 스타일에 변화가 오는 게 아니냐는 관측이 많이 대두되고 있다.

여권의 한 핵심관계자는 “김대통령은 국정운영의 분수령이 될 내년 총선을 앞두고 최근 여론악화에 크게 고심해 왔다”며 “앞으로 여론에 더욱 탄력성있게 대응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비서실 개편에 함축된 또다른 의미는 여권 내 권력지도의 변화 가능성이다. 실제 이번 개편은 권노갑(權魯甲)고문을 중심으로 한 동교동계와 당측의 진언이 크게 주효한 결과였다는 후문이다.

김대통령은 특히 후임인선 문제 등에 대해서도 가신그룹과 긴밀하게 협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우선 김중권실장으로 대표되던 신주류는 김실장의 총선 진영 합류를 계기로 일단 권력적 위상이 달라질 수밖에 없을 것 같다.

여기에다 신주류로 분류됐던 이종찬 전국가정보원장은 언론문건사건으로 정치적 타격을 받았고 박주선(朴柱宣)법무비서관도 ‘옷사건’ 파문으로 문책론이 대두되는 상황.

그러나 동교동계의 입지확대가 바로 동교동계의 전면배치와 위상강화로 이어질지는 아직은 불투명한 상황이다. 내년초 발족할 신당과의 관계, 자민련과의 합당, 내년 총선결과 등이 복합적으로 권력지도 변화에 영향을 미칠 것이기 때문이다.

〈이동관기자〉dkl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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