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與 '정치개혁 주력'의미]정국운영 총선대비 체제로

  • 입력 1999년 10월 21일 19시 10분


여권의 향후 정국운영 구상이 점차 내년 16대 총선에 대비한 전략적 성격을 강하게 띠어가는 분위기다.여권핵심부가 연말까지 재벌개혁을 일단 마무리짓고 ‘과거 불문(不問)선언’을 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하고 나선 배경에도 여권이 ‘안정지향’을 총선전략의 기축(基軸)으로 잡고 있다는 인식이 깔려 있다.

여권의 한 고위관계자는 “총선을 염두에 둔다면 그동안 개혁작업의 과정에서 파헤쳐졌던 부분들을 매듭짓고 다독거려 국민심리를 안정시키는 방향으로 갈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문제는 총선을 염두에 둔 정국구상의 ‘전제조건’인 정치개혁협상이 야당의 ‘소선거구제 고수’ 방침 때문에 현재로서는 이렇다할 타결전망이 보이지 않는다는 점. 특히 한나라당 이회창(李會昌)총재가 20일 국회대표연설에서 김대중(金大中)대통령이 의지를 갖고 추진 중인 중선거구제에 반대한다는 의사를 분명히 함으로써 협상의 매듭을 풀어가기가 쉽지 않은 게 사실이다.

그러나 일단 정치현안의 일괄타결을 추진한다는 여권의 의지 또한 매우 강하다. 정치개혁법을 강행처리하는 강수(强手)를 동원할 경우 야당측의 사활을 건 저항 등 정치적 파장이 엄청날 수밖에 없다는 점에 비추어 보면 이같은 타협카드는 불가피한 선택인 셈이다.

여권이 꺼내든 카드가 다목적적이란 점도 유의할만한 대목. ‘야당 흔들기’를 겨냥한 측면이 적지 않기 때문이다. 여권이 핵심관계자들을 동원해 중선거구제를 내심 선호하고 있는 야당중진의원들에 대한 ‘각개격파식 설득’을 병행키로 한 것이 단적인 예다. 결국 협상결렬 이후 강행처리를 하기 위한 명분쌓기가 아니냐는 시각이 야당 일각에서 제기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아무튼 여권은 22일 박지원(朴智元)문화관광부장관 해임건의안 표결 이후 정치개혁추진에 총력을 기울일 방침이어서 내주부터는 본격적인 여야의 줄다리기가 벌어질 전망이다. 하지만 도청 감청 문제 등을 둘러싸고 점점 가파르게 치닫는 여야관계를 감안할 때 여권의 전략이 어느 정도 실효를 거둘지는 극히 불투명한 상황이다.

〈이동관기자〉dklee@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