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 정세 9월 전환점 예상…베를린 북미회담 고비

  • 입력 1999년 8월 31일 19시 42분


한반도 정세가 이달 중 큰 전환점을 맞을 가능성이 크다.

지난해 8월31일 북한의 대포동1호 미사일 시험발사로 촉발된 북한 미사일 문제가 해결국면으로 접어들 것인지, 가파른 위기국면으로 치달을 것인지와 관련해 이 기간은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북한 미사일 문제는 한미일 3국이 공동보조를 맞춰 추진하는 대북 포용정책과 직결돼 있다. 따라서 북한에 줄 것은 주고 받을 것은 받아내는 일괄타결 방식으로 문제를 풀어보려는 3국의 구상도 이달 안에 성공 여부가 판가름날 것으로 보인다.

가장 중요한 전기는 역시 7일부터 독일 베를린에서 열리는 북―미 회담.

미국은 이 회담에서 대북 경제제재의 완화와 해제 등 적극적인 북―미 관계개선안을 제시해 북한이 현재 준비 중인 대포동2호 미사일의 시험발사를 중단하도록 유도할 예정이다.

북한은 그동안 줄곧 “미사일 개발은 주권국가의 자주권에 속한다”고 주장해 왔던 것과는 달리 최근에는 김용순(金容淳)노동당비서나 김계관(金桂寬)외무성부상의 발언을 통해 ‘대화에 의한 해결’ 가능성을 시사하고 있어 회담에 대한 신중한 낙관론이 제기되고 있다.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회의 기간 중 11일 열리는 한미일 3국 정상회담도 북한이 미사일 시험발사를 중단할 경우 대북 관계개선에 나설 준비가 돼 있음을 천명하는 자리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북한이 이같은 요구에 호응해 미사일 발사를 중단할 경우 이달 중순 경 발표될 것으로 보이는 윌리엄 페리 미 대북정책조정관의 ‘대북정책검토보고서’는 한미일이 북한에 대해 내놓을 경제제재완화 관계정상화 식량지원 대북투자 등 구체적인 ‘당근’을 제시하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이같은 희망적인 시나리오와는 달리 북한이 미사일 발사를 강행한다면 한반도 정세는 국제사회의 대북제재와 이에 대한 북한의 반발이 상승작용을 일으켜 급격히 악화될 우려가 크다. 임동원(林東源)통일부장관은 “베를린 북―미 회담이 성공하면 한반도 문제에 획기적인 전기가 마련되지만 잘 안되면 대단히 어려운 길로 접어들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 내에서는 북한이 끝내 미사일을 쏜다면 대북 포용정책은 완전히 물 건너가게 되리라는 견해가 지배적이다. 문제는 북핵 문제 이후 거듭되는 벼랑끝 전술로 상당한 실리를 챙겨 온 북한이 미사일의 발사가 대외관계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할 수 있게 한다고 판단할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 없다는 점이다.

일부 북한문제 전문가들은 북한이 미사일은 쏘지 않더라도 또다른 긴장요인을 일으킬 가능성을 우려하기도 한다. 북한은 1일 열리는 장성급회담에서 미국이 서해 북방한계선(NLL)문제를 논의하기 위한 실무접촉에 응하지 않을 경우 “결정적 조치를 취하겠다”고 위협하고 있다.

북한이 과연 어떻게 나올 것인지를 확실히 예상할 수 없는 만큼 9월 한반도의 풍향을 가늠하기는 아직 힘들다.

〈한기흥기자〉eligiu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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