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與 내각제협상/4가지 초점]

  • 입력 1999년 7월 18일 19시 45분


《DJP협상 ‘2라운드’가 닻을 올렸다. 15대 대통령 선거 직전인 97년의 DJP협상이 ‘김대중(金大中)대통령후보―정권교체시 99년말까지 내각제 개헌’을 교환한 협상이라면 99년의 DJP협상은 ‘내각제 개헌 연기―?’의 양상으로 진행된다.

김종필(金鍾泌)국무총리가 내각제 개헌 연기 결심을 ‘구국적 결단’이라고 얘기하고 있지만 그렇다고 아무 조건이 없는 결단일 리가 없다. 문제는 내각제 개헌 연기의 대가다. 현재로서는 그 대가의 핵심은 아무래도 연합공천 지분협상이 될 가능성이 높다. 김총리의 내각제 개헌 연기 결심이 있었다 해도 자민련이 아직 이를 수용한 상태가 아니기 때문에 더욱 그렇다.》

▼개헌시기▼

자민련의 속내는 설사 내각제 개헌을 연기한다 하더라도 자신들이 내각제를 포기하지 않았고 반드시 관철시킬 수 있다는 보장을 받고 싶어하는 쪽이다.

특히 충청권을 중심으로 한 내각제 강경파들이 개헌 연기에 대한 국민적 이해를 구하는 차원에서 내년 4월의 16대 총선 이전에 양당간 내각제 개헌안을 입안, 공개한 뒤 이를 근거로 유권자들에게 ‘개헌정족수 확보’를 호소하자는 의견을 내놓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한 걸음 더 나아가 내년 총선 직후 내각제 개헌을 하되 부칙에 유예기간을 두는 방법으로 김대통령의 임기를 보장하는 안도 나오고 있다.

총선 직후 개헌론자들 중 일부는 이른바 ‘YS신당’도 변수가 될 수 있다고 본다.

김영삼(金泳三)전대통령이 부산 경남(PK)을 주축으로 한 신당을 창당, 내년 총선에서 일정 정도 성과를 올리면 ‘총선 직후 개헌론’에 가세할 것이 틀림없다는 것.

국민회의는 아직 별다른 언급이 없다.

개헌시기는 자민련의 존립과 관계돼 있는 만큼 김대통령 임기만 보장된다면 가급적 자민련 안에 가깝게 협상할 수 있지 않겠느냐는 정도다.

▼권력구조형태▼

자민련은 97년 DJP협상 때 합의한 순수내각제 관철을 더욱 강하게 외치고 있다.

당시 합의문은 ‘내각제 헌법은 대통령을 국회에서 간선(間選)하고 수상이 국정전반을 책임지는 순수내각제로 한다.

정부 안정을 위한 장치로 내각 성립 후 1년 동안은 내각불신임결의를 금지하고 독일헌법의 건설적 불신임제도를 채택한다’는 것.

국민회의는 우선 김대통령 임기 내의 국정운영에 초점을 맞춰 협상을 진행시킬 것이 분명하다. 대통령이 외교 국방 안보 등 ‘외치(外治)’를 맡고 총리가 ‘내치(內治)’를 책임지는 이른바 이원집정부제 방식밖에 없지 않느냐는 얘기가 이미 국민회의 일각에서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국민회의가 JP의 개헌 연기 발언을 사실상 ‘합당 수순’으로 받아들이고 있는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합당을 성사시켜 ‘김대중 명예총재―김종필 총리 겸 집권당 총재’의 축을 갖추어 외치와 내치를 나눈다는 것이다.

그러나 자민련이 이같은 국민회의의 복안을 받아들일 지는 아직 미지수다.

이원집정부제 자체의 매력은 있지만 순수내각제를 포기하기에는 아직 이르기 때문이다.

▼양당 공조 ▼

내각제 개헌 연기를 직접 언급하지 않고도 바로 착수할 수 있는 협상이 연합공천 등 양당공조 문제이기 때문에 가장 활발하게 논의될 가능성이 큰 대목이다. 더구나 내년 총선을 앞두고 있기 때문이다.

연합공천의 경우 자민련은 양당의 텃밭인 호남과 충청권을 그대로 두되 수도권에서 50%를 보장하라고 주장하고 있다. 원래 1대1이 지분합의의 정신이라는 것이다.

국민회의가 가장 난감해하는 대목이다. 국민회의 서울출신 한 의원은 “서울에서 자민련 현역의원은 동대문갑의 노승우(盧承禹), 관악갑의 이상현(李相賢)의원뿐으로 그나마 자민련이 당선시킨 곳이 아니라 정권교체 후 영입해온 사람들”이라면서 “그런 상황에서 수도권 50%를 달라는 것은 말이 안되며 현역의원들의 반발로 불가능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자민련도 속으로는 무리라고 생각한다. 수도권은 국민회의 7, 자민련 3으로, 영남권은 거꾸로 자민련 7, 국민회의 3으로 배분하게 될 것이라는 게 자민련 관계자들의 ‘미리보는 협상결과’다.

이렇게 되다보니 자연히 국회의원 정수줄이기는 아예 협상대상에서 제외되는 듯한 느낌이다. 선거구제도 어차피 충청권 의원들의 반발을 감안, 소선거구제로 선회할 수 밖에 없는데 어떻게 지역구를 더 줄일 수 있느냐는 것이다. 협상 초점이 자민련 반발에 맞춰지면 선거구제도 소선거구제가 될 것이 거의 분명한 상황이다.

▼협상종료 시기▼

자민련은 빠르면 빠를수록 좋다는 입장을 개진하고 있다.

그렇지 않아도 내각제 연기문제로 김용환(金龍煥)전수석부총재가 당직사퇴를 결행하는 등 당이 내분 일보직전인 상황에서 협상까지 지지부진할 경우 자민련의 존립기반 자체가 흔들릴지 모른다는 우려 때문이다.

자민련 김현욱(金顯煜)사무총장이 온건협상파라는 당내 일부 시각에 대해 “협상을 하다보면 누가 진정한 매파인지 알게 될 것”이라며 밀어붙이기를 공언하고 있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자민련이 ‘의외의 강수’를 둘지 모른다는 분석도 이같은 상황시급론에 기인한다.

국민회의도 협상이 빠르면 빠를수록 좋다고 생각하지만 자민련 내부사정이 우선 정비돼야 한다는 점 때문에 서두르지는 않고 있다.

하지만 늦어도 정기국회(9월)전까지는 협상을 마쳐야 내년 총선에 대비할 수 있다는 판단이다.

<김창혁기자>cha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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