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마오른 국정원 「言論團」]정치권 반응 엇갈려

  • 입력 1999년 6월 18일 19시 28분


《국가정보원의 대공정책실 언론단 신설 등 언론대책 강화 방침이 알려진 후 여야 3당은 표면적으로 제각각 다른 반응을 보였다. 그러나 내면적으로는 여측 일각에서도 “왜 이런 미묘한 시기에 국민적 반발을 살 일이 벌어지는지 모르겠다”며 우려하는 분위기가 엿보였다.》

▼청와대▼

청와대는 18일 국정원의 언론대책 강화 추진 방침이 보도된데 대해 “청와대와는 무관한 일”이라며 공식반응을 일절 보이지 않았다.

한 관계자는 “내용은 잘 모르지만 국정원이 언론관련기능을 강화하는 게 아니라 오히려 약화하려는 게 아니냐”고 반문했다. 그는 또 “현 정권은 언론계를 장악하려는 의도를 갖고 있지 않다”며 “다만 언론도 개혁해야 한다는 생각에는 변함이 없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청와대 관계자들은 가뜩이나 언론과의 관계가 원만하지 못하다고 판단하고 있는 현 시점에서 이같은 의혹을 받자 곤혹스러워하는 모습이 역력했다.

▼국민회의-자민련▼

국민회의 이영일(李榮一)대변인은 이날 “국정원 내부 문제에 대해 당에서 언급할 필요가 없다”며 공식 논평을 피했다.

다른 당직자들도 “국정원 내부 조직개편이 큰 문제될 게 있느냐”며 대수롭지 않다는 반응을 보였다.

그러나 “미묘한 시기에 국정원이 오해를 살 일은 하지 않는 게 좋다”며 국정원측을 완곡하게 비난하는 의원들도 적지 않았다. 특히 자민련 의원들은 직설적으로 ‘언론단’ 신설 방침을 꼬집었다.

정우택(鄭宇澤)의원은 “국정원에 ‘언론단’을 신설한다면 유신이나 5공 때와 같이 언론을 직접 통제하겠다는 뜻으로 비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완구(李完九)의원은 “안기부에서 국정원으로 다시 태어날 때 밝혔던 입장을 새길 필요가 있다”고 말했고 노승우(盧承禹)의원은 “‘언론단’신설은 자연스럽지 못한 일”이라고 지적했다.

▼한나라당▼

한나라당은 이날 주요당직자회의에서 당차원의 강력 대처방침을 결정하고 국회 정치쟁점화, 대변인 성명발표 등 기민하게 움직였다. 회의에서 신경식(辛卿植)사무총장은 “국정원이 언론대책기구를 확대하겠다는 것은 과거에도 없던 언론통제 의도”라며 “말이 국민의 정부이지 과거 군사독재시절을 뺨치는 발상”이라고 비난했다. 이에 대해 이회창(李會昌)총재도 동감을 표시하며 엄중대처를 주문했다.

회의가 끝난 뒤 신총장은 정보위소속인 박관용(朴寬用)부총재에게 “오늘 열리는 정보위에서 언론단 발족 움직임에 항의하라”는 당방침을 전달했다. 또 이부영(李富榮)원내총무도 이날 본회의 긴급현안질문자들에게 같은 지시를 내렸다. 문화관광위 소속 의원들은 “현 정부가 노골적으로 언론장악에 나서고 있다”며 문화관광위의 즉각 소집을 요구했다.

박종웅(朴鍾雄)의원은 “정부가 국정홍보처를 만들더니 국정원에 언론단까지 만들겠다는 것은 언론을 통제하려는 의도로 볼 수밖에 없다”며 “이는 현 정권에 대한 불신 가중은 물론 부메랑이 돼서 정부로 되돌아갈 것”이라고 경고했다.

[한나라당 대변인 성명전문]

국가정보원의 ‘언론단’ 신설추진 움직임에 우려를 금치 못한다. 정치사찰에 이어 언론사찰마저 강화하겠다는 발상이다. 과거 어느 정권에서도 볼 수 없었던 강력한 언론장악 기도 음모다.

‘국민의 정부’의 지향점이 결국 ‘통제국가’‘정보국가’였나.‘정권 홍보기능을 강화하겠다’는 의미를 이제야 알 만하다.‘국내정치 개입을 지양하고 새로 태어나겠다’던 국정원의 선언은 새빨간 거짓말이 아닌가.

현 정권과 국정원은 반개혁적, 반시대적 행태와 발상을 즉각 중단하라.

〈최영묵·송인수·이원재기자〉moo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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