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개드는 輸血論 거품]중진들 『젊은피가 별거더냐』

  • 입력 1999년 4월 30일 19시 45분


국민회의 당무회의
국민회의 당무회의
최근 정치권에서 ‘젊은 피’라는 화두가 상당한 세를 타면서 ‘수혈론 거품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정치인으로서 갖춰야 할 기본자질조차 검증받지 못한 ‘젊은 피’들이 너나없이 정치를 하겠다고 나서는 등 과열현상이 빚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거품현상이 가장 심각한 곳은 국민회의. ‘젊은 피’를 자처하는 정치지망생들 중 상당수는 벌써부터 중진의원들의 문전을 발이 닳도록 찾아다니는 등 ‘과거 형태와 닮은’ 공격적인 얼굴알리기에 나서고 있다.

수혈론으로 주목대상이 된 국민회의 김근태(金槿泰)부총재 사무실의 경우 수혈론이 본격적으로 제기된 이후 ‘젊은 피’들의 이력서가 벌써 수십통 넘게 쌓였다. 변호사나 교수 등 전문직이 대부분이라는 전언이다. 앞으로 수혈창구역을 맡을 한화갑(韓和甲)총재특보단장 등 국민회의 실력자들에게도 ‘젊은 피’들의 면담요청이 잇따르고 있다.

지난달 창립식을 가진 뒤 회원가입이 쇄도하고 있는 ‘국민정치연구회’는 경력과 가입의도가 불분명한 신청자 30여명에 대해서는 회원가입을 보류할 정도로 자칭 ‘젊은 피’들이 넘치고 있다. 이 단체 산악회가 주관하는 행사에도 얼굴을 알리고 싶어하는 ‘젊은 피’들의 산행열기로 최근 참가인원이 두배 가까이 늘기도 했다. 이들은 대부분 국민회의 부위원장 직함을 갖고 있는 비상근 당직자라는 후문이다.

○…수혈론이 유행을 타면서 언론사에도 ‘한번 띄워달라’는 ‘젊은 피’들의 민원이 쇄도하고 있다. 이같은 현상은 최근 몇몇 월간지에서 ‘수혈리스트’를 다루면서 부쩍 심해졌다.

그러나 이들을 바라보는 국민회의의 반응은 대체로 차갑다. 김대중(金大中)대통령의 구상은 각 분야에서 능력을 검증받은 ‘신(新)지식인’에게 초점을 맞추고 있는 만큼 일부 정치지망생들의 ‘김치국물 마시기’ 행태는 한편의 코미디라는 지적이다.

국민회의의 한 의원은 “능력이 있고 탐이 나는 ‘젊은 피’들은 정치입문에 부정적인 반면 그동안 정치권 주변에서 맴돌던 ‘꾼’들이 집요하게 접촉해온다”고 전했다.

○…이런 와중에서 서울 송파갑 재선거 한나라당 후보였던 고승덕(高承德)변호사가 물의를 일으키며 사퇴파문을 빚자 그동안 수혈론에 따른 물갈이설로 위축됐던 국민회의 다선의원들은 “그것 봐라”면서 ‘즐거워하는’ 분위기가 역력하다.

국민회의의 한 중진의원은 “‘고승덕 파문’은 전문직출신의 젊은 정치지망생들이 가지고 있는 한계를 입증한 사건”이라며 “‘젊은 피’라고 해서 다 새로운 정치를 하는 것은 아니라는 사실을 보여주는 예”라고 말했다.

○…자민련의 경우 수혈론이 제기된 이후 당차원에서 기초조사는 하고 있으나 아직까지 이렇다 할 성과가 없어 수혈론의 사각지대(死角地帶)인 느낌이다.한나라당은 아직 복잡한 당내구도와 야당이라는 처지 때문에 아직 젊은 정치지망생들의 구체적인 움직임은 나타나지 않고 있다. 다만 이회창(李會昌)총재의 측근인 진영(陳永)변호사가 서울 송파갑 후보로 거론됐을 때 수혈론 문제가 이슈가 됐으나 ‘고승덕 파문’ 이후에는 자성론이 주류를 이루는 분위기다.

이총재의 신임을 받는 진변호사의 공천을 ‘젊은 피’ 등장의 교두보로 보고 견제했던 중진들은 지금은 “우리가 잘못한 것 아니냐. 단지 여론조사결과가 좋다고 앞뒤 가리지 않고 고변호사를 받은 것이 문제였다”고 자성론을 펴고 있다.

〈박제균·공종식기자〉phar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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