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회의 「自省論」안팎]『야당때 양심 어디로?』

  • 입력 1999년 4월 4일 20시 08분


“선거를 치른 뒤 당에 대한 애정이 식었다. 심지어 국민회의 당원이라는 사실이 부끄러웠다. 차라리 야당할 때가 떳떳했다.”

‘3·30’ 재 보선 당시 경기 안양의 국민회의 이준형(李俊炯) 후보를 지원하기 위해 뛰었던 한 국민회의 중앙당 당직자가 선거가 끝난 뒤 털어놓은 말이다.

재 보선 이후 국민회의 내부에서는 젊은 당직자들을 중심으로 ‘국민회의가 야당시절에 가졌던 문제의식을 회복해야 한다’는 ‘야당회귀론’이 강한 흐름을 타고 퍼져나가고 있다.

한나라당이 불법선거문제를 쟁점화하고 있는 상황에서 이들은 이같은 견해표출이 자칫 ‘해당(害黨)행위’가 될 것을 우려해 공개, 공식적인 모임 등에서는 이 문제를 거론하는 것을 극도로 조심하고 있다.

그러나 이들은 사석에서 만나면 한결같이 “야당의 선거운동이 얼마만큼 깨끗했는지 여부는 논외로 하더라도 적어도 여당만큼은 이번 재 보선에서 ‘부끄러운’ 선거운동을 했다”며 괴로운 표정들이다.

이들 중 일부는 “여당이 된 이후 당 지도부가 죄의식이 없어졌다. 이런 식으로 해서 의석 몇석을 추가로 얻으면 무슨 의미가 있느냐”며 지도부를 신랄하게 비판하기도 했다.

재 보선 현장에 투입됐던 또 다른 국민회의 당직자는 “이번에 여당선거를 치르면서 과거에 야당후보가 당선된 것은 기적에 가깝다는 생각이 들었다”라는 말로 이번 선거에서도 과거처럼 엄청난 ‘여당 프리미엄’이 작용했음을 인정했다.

이들이 당지도부에 요구하는 주문은 하나로 모아진다. 선거에서 의석 몇석을 잃는 한이 있더라도 앞으로는 여당이 공명선거를 하겠다는 의지를 보여줘야 당이 살아남을 수 있다는 것.

국민회의의 한 고위당직자도 당 내부에서 제기되고 있는 비판을 대체로 인정했다. 그는 “당 지도부도 이같은 점을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다”면서 “당이 선거 직후에 다음 재 보선부터 중앙당이 직접 개입하지 않겠다고 밝힌 것도 이같은 ‘반성’을 반영한 결과”라고 밝혔다. 그러나 이같은 ‘반성’이 공염불로 끝날지, ‘실천’으로 연결될지는 좀 더 지켜봐야 할 것 같다.

〈공종식기자〉k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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