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 정치권의 혼돈상태는 여야를 막론한 리더십의 부재에 상당부분 원인이 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그 중요한 관점의 하나는 이른바 ‘3김(金)정치’의 퇴색이다. 국민회의 자민련 연합 ‘DJP정권’의 출범은 지난 40여년간 우리정치를 좌지우지해온 ‘3김정치’의 실질적인 고별사였다.
김영삼(金泳三)전대통령은 은퇴한 상태이고 김대중(金大中)대통령과 김종필(金鍾泌)국무총리도 정당과 국회라는 일상적인 정치일선에서는 한발 물러나 있는 셈이다.
강력한 카리스마와 대중적 지지를 바탕으로 한 ‘3김구도’의 퇴진은 자연히 정치권에 리더십의 공백을 초래했다.
3김정치가 우리정치사에 패거리정치와 정경유착 지역분할 등의 부정적인 영향을 미쳤다는 점을 부인할 수는 없다. 그러나 반면 강력한 지도력이 뒷받침된 3자간의 힘의 균형은 결정적인 고비때마다 대화와 타협의 정치를 가능하게 했다는 긍정적인 평가도 받고 있다.
이러한 구도가 붕괴되자 여야 모두 과도기적인 ‘아노미현상’을 빚고 있다는 것이 정치권을 바라보는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3김정치에 길들여진 정치인들이 이를 대체할만한 새로운 리더십을 형성하지 못하고 우왕좌왕하고 있다는 것이다.
내용적으로는 이러한 현상이 여야에 다른 모습으로 투영되고 있다.
‘공동정권’이라는 헌정사상 초유의 실험을 하고 있는 여당은 구조적인 한계때문에 총체적인 리더십확보에 적잖은 진통을 겪고 있다.
국민회의와 자민련은 때로는 노선상의 차이로, 때로는 정국주도권을 둘러싼 감정대립때문에 정권출범이후 줄곧 삐걱거렸다. 이는 대야(對野)전략의 혼선과 정국불안의 단초를 제공했다.
7일 국회본회의에서 경제청문회를 위한 국정조사계획서를 강행처리한 것도 이같은 균열의 부산물이라고도 할 수 있다. 여기에‘DJP’합의사항인 내각제개헌문제가 현정권의 일관성있는 정국운영에 암초로 작용하고 있다.
리더십의 부재에 따른 역기능은 한나라당의 경우 더욱 심하다. 이회창(李會昌)총재가 비록 전당대회를 통해 당권을 쥐기는 했지만 정치력과 지도력 부족으로 당을 장악하는데 실패했다. 그 결과 한나라당은 ‘당론이 없는’정치집단으로 전락했다.
우리정치의 현주소는 여당에는 리더십의 정돈을, 야당에는 리더십의 강화를 요구하고 있다.
〈최영묵기자〉moo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