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베트남 정상회담 의미]

  • 입력 1998년 12월 15일 19시 30분


김대중(金大中)대통령과 트란 둑 루옹 베트남 국가주석의 정상회담은 우리에게 ‘새로운 베트남(New Vietnam)’을 다시한번 상기시켜주는 계기가 될 것 같다.

홍순영(洪淳瑛)외교통상부장관은 △분단국이 아닌 통일국가로서의 베트남 △시장경제를 추구하는 베트남 △동남아국가연합(ASEAN)의 중심국으로 부상하고 있는 베트남이 바로 ‘뉴 베트남’이라고 설명했다.

김대통령이 15일 정상회담에 앞서 베트남 공산당 창시자인 호치민묘소에 헌화한 것도 ‘뉴 베트남과의 관계 재정립’을 상징하고 있다.

한―베트남 관계도 한일(韓日)관계에 비할 바는 못되지만 ‘과거’가 하나의 굴레로 돼 왔다. 연인원 31만여명의 한국군이 월남전에 참전해 호치민이 이끄는 공산주의자들과 10여년간 싸웠기 때문이다. 이 과정에서 수많은 한국군이 죽거나 다쳤다. 당시 호치민의 입장에서도 사정은 같았다.

그러나 월남전이 끝난 지 올해로 23년째. 전쟁의 근원이었던 냉전도 종언을 고했다. 한국은 베트남과 수교(92년)까지 했다. 더 이상 ‘과거’가 굴레가 되어서는 안된다는 것을 김대통령은 몸으로 보여준 셈이다.

호치민묘소 방문이 갖는 민감성 때문에 홍장관은 월남전 당시 파월한국군 사령관이었던 채명신(蔡命新)해외참전전우회명예회장과 역시 참전용사 출신인 박세직(朴世直)월드컵조직위원장 등에게 의견을 구했더니 이들은 모두가 묘소방문에 찬성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김대통령은 이날 판 반 카이 총리 주최 만찬에서 “냉전시절 양국 사이에 한때 ‘불행한 과거’가 있었으나 이제는 미래를 향해 나아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카이총리 역시 ‘미래’의 중요성을 역설했다.

두 정상이 이처럼 미래지향적 협력관계의 필요성을 강조한 것은 시장경제의 도입을 통해 단기간에 후진국에서 벗어나보려는 베트남측의 의지와 김대통령의 이같은 전향적인 자세가 맞아떨어진 결과라고 할 수 있다.

외교부 관계자들은 김대통령의 이번 베트남방문을 계기로 한―베트남간에 경제 문화면에서의 교류와 협력이 본격화될 것으로 기대했다.

〈김창혁기자〉cha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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