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KDI의 충고

  • 입력 1998년 10월 15일 20시 02분


내년도 경제예측이 국내외 연구기관에 따라 크게 엇갈리고 있는 가운데 정부 경제정책의 싱크탱크라 할 한국개발연구원(KDI)이 내년 경제전망을 내놓았다. 그것도 낙관과 비관 두가지 시나리오를 제시했다. 그만큼 대내외적 경제여건의 불확실성이 크고 또 경제정책 운용 여하에 따라 상황이 달라질 수 있음을 강조한 것이다.

KDI의 경제전망에서 눈길을 끄는 것은 그것이 제시한 성장 물가 경상수지 실업 등 거시경제지표 동향이 아니다. 한국경제에 대한 진단과 처방이다. 물론 경기 저점(底點)이 언제쯤이냐 하는 것이 모든 경제주체의 관심의 대상이긴 하지만 불확실성이 워낙 큰 만큼 성장률 중심의 경기예측은 별의미가 없다. 오히려 섣부른 낙관론과 비관론은 다같이 경계의 대상이다. 그것보다는 우리경제가 지금 어떤 상황에 처해 있으며 어떤 노력을 기울여야 지금의 위기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 하는 것이 더 큰 관심사다.

그런 점에서 우리경제의 장기불황과 디플레이션 심화 확대를 우려하면서 신속하고 효과적인 기업 금융구조조정 노력만이 경제를 살릴 수 있다고 지적한 KDI의 충고는 귀기울일 만하다. 기업 금융 통화 재정 실업 등과 관련한 정책방향 제언에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정부 경제정책 입안자들은 우리경제의 앞날을 비교적 낙관적으로 전망하려는 경향이 있다. 신3저(新3低)에 대한 기대도 잔뜩 부풀어 있다. 그러나 냉철하게 따져보면 낙관론의 근거는 그리 많지 않다. 우선 내년 세계경제 전망이 어두운 가운데 우리의 개혁노력은 지지부진하고 실물경제 붕괴를 막기 위한 경제정책마저 겉돌고 있다. 신3저에 대한 지나친 기대도 금물이라는 것이 지배적인 분석이다.

그렇다고 언제까지 비관만 할 수는 없다.최악의 시나리오를 상정하면서 그에 대한 적극적인 대응이 필요한 때다. 무엇보다 기업 금융 공공부문 구조조정을 신속히 마무리해야 한다. 존속시킬 가치가 없는 기업은 과감히 퇴출시켜야 하며 금융구조조정도 깔끔하게 마무리해 마비상태인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도록 해야 한다. 그런 다음 대내외적 경제여건의 호전을 기다려야 한다. 한국의 재벌개혁이 미흡하고 한국의 금융시스템이 기술적 파산상태라는 미국 신용평가사들의 경고를 결코 가볍게 받아들여서는 안된다.

KDI의 정책권고 중 재정적자 만성화의 위험성을 지적한 것도 주목할 대목이다. 지금은 돈을 풀어 디플레를 막고 재정확대로 구조조정을 마무리해야 하지만 이런 상황이 장기화할 경우 남미형 경제위기의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중장기적으로 건전재정을 이끌어낼 획기적인 재정개혁이 함께 이루어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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