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세기 한국 좌표」주제]美석학 버그스텐 대담

  • 입력 1998년 8월 14일 19시 56분


《세계적인 석학이자 ‘문명의 충돌’저자인 미국의 사뮤엘 헌팅턴 박사와 미국 국제경제연구소 이사장을 맡고 있는 프레드 버그스텐 박사. 그들이 진단하는 한국 경제의 위기와 그 해결 방안은 무엇인가. 정부수립 50주년을 기념해 MBC가 마련한 특별대담 ‘21세기 한국의 좌표’를 지상 중계한다. 대담엔 최광수(崔侊洙) 전외무장관. 헌팅턴과의 대담은 15일 오전8시10분부터, 버그스텐과의 대담은 17일 0시20분부터 각각 50분씩 MBC TV로 방영된다.》

최광수〓그동안 한국 경제를 깊이 있게 연구해오셨는데요. 먼저 한국 경제 위기는 어디서 비롯됐다고 생각하십니까.

버그스텐〓저는 그 원인을 세가지로 생각합니다. 첫째, 고속 경제성장에만 매달린 나머지 건전한 금융체계를 확립하지 못했다는 점입니다. 둘째는 외환정책의 실패입니다. 한국은 96, 97년 엄청난 무역적자의 누적에 직면하고도 단기 해외자금 차입을 통해서만 문제를 해결하려 했습니다. 그러다보니 외환의 유동성이 부족해졌고 해외 채권자들이 돈을 빼갔던 것이죠. 셋째로는 대만의 자국 통화 평가 절하와 일본의 경제 위기 등 주변국의 불안한 경제 여건을 들 수 있겠습니다.

최광수〓경제 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한국 정부의 정책에 대해 어떻게 보십니까.

버그스텐〓기본적으로 현정부의 정책을 신뢰합니다. 그러나 정말 중요한 것은 지금부터 6개월 이내에 금융기관 재벌의 구조조정을 실행에 옮겨야 한다는 점입니다. 그래야만 대외신인도를 얻을 수 있습니다.

최광수〓정부가 금융기관 구조조정에 어느 정도까지 개입해야 한다고 생각하십니까.

버그스텐〓정부는 은행을 감독 통제할 수 있는 효과적인 체제를 갖추어야 합니다. 그런 장치만 마련되면 은행 고유의 일상 업무나 의사 결정은 은행에 맡겨야 합니다. 정부가 여신의 규모나 대상을 정하는 일은 없어져야 합니다. 그게 바로 시장경제 원리입니다.

최광수〓기업의 구조조정에는 어떤 원칙이 있어야 합니까.

버그스텐〓재벌기업이라 할 수 있는 미국의 제너럴 일렉트릭을 봅시다. 어떤 업종에서건 3위 이내에 들지 않는 기업은 곧바로 정리한다는 원칙을 갖고 있습니다. 한국의 재벌도 이래야 합니다. 재벌이 의식을 바꾸지 않으면 살아남을 수 없습니다.

최광수〓외국 자본의 투자 환경을 조성하려면 무엇이 필요하다고 생각하십니까.

버그스텐〓아직도 외국 투자자들은 한국이 법과 제도를 바꾼다 해도 투자하기 어려운 나라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한국인의 외국인에 대한 부정적 시각 때문입니다. 이러한 분위기를 바꾸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최광수〓지금 한국의 최대 관심사는 경제난 타개입니다. 그러나 한국인의 가장 큰 소망은 통일입니다. 한국인이 통일을 위해 무엇을 해야 한다고 생각하시는지요.

버그스텐〓역설적이지만 지금 한국의 고통은 한국에 축복이 될 수도 있습니다. 그리고 한국의 입장에서 보면 좀더 세월이 흐른 후에 통일이 되어야 합니다.엄청난 통일비용 때문이죠. 어쨌든 한국이 지금 할 일은 북한에 대해 투자하고 통일비용을 마련하는 것입니다.

〈정리〓이광표·전승훈기자〉kplee@donga.com

▼ 프레드 버그스텐(57) ▼

△미국 센트럴 메조디스트대 졸 터프츠대 플레처스쿨 경제학박사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저명인사그룹 위원장 △미 의회 경쟁력정책위원회 의장 △현재 국제경제연구소 이사장 △저서 ‘G7과 세계경제의 주도’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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