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각 중간평가방법]金대통령,「개혁問答」통해 채점

  • 입력 1998년 6월 22일 19시 37분


김대중(金大中)대통령의 내각 ‘중간평가’는 경제 사회문화 통일외교안보분야 등 그룹별 ‘구두시험’ 형태로 진행된다.

21개 중앙행정기관의 장이 청와대에서 15분 가량 김대통령에게 보고한 뒤 30∼40분씩 김대통령의 질문에 답변하는 식이다. 그 중 관련기관이 많은 경제분야는 두 그룹으로 나뉘어 평가를 받는다. 보고와 문답 후 김대통령의 지시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김대통령은 취임 직후 각 기관의 업무보고를 받았을 때처럼 비서실에서 미리 준비한 말씀자료에 의존하지 않고 즉석에서 묻고 추궁할 가능성이 커 각 기관이 예상한 문답범위를 벗어날 수도 있다.

뿐만 아니라 국가안보 등에 관한 기밀을 제외한 보고와 문답 내용, 각 기관장의 보고와 답변 태도, 김대통령의 칭찬과 질책은 박지원(朴智元)청와대공보수석을 통해 소상하게 밖으로 알려진다. 각 부 장관들이 초긴장상태에 들어갈 수밖에 없다.

보고 방식도 좀 까다롭다. 청와대는 △지금까지의 추진실적보다는 앞으로의 계획에 초점을 맞춰 △미진한 분야에 대한 문제점과 해결방안 위주로 △추상적 표현이 아니라 가시적이고 구체적인 프로그램을 제시토록 각 기관에 요구했다.

그러나 평가방식이나 기준에 대한 청와대의 언급은 일절 없다. 이는 결국 김대통령의 주관적 판단에 맡겨져 있는 셈. 박수석이 발표한 ‘시험장’ 분위기를 통해 각 기관장에 대한 김대통령의 평가를 어림짐작해볼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평가결과에 따라 어떻게 할 것인지에 대해서도 청와대는 밝히지 않고 있다. 다만 “개각과 연결시키지 말아달라”(박수석)고 거듭 당부했을 뿐이다.

그렇다면 이번 중간평가는 평가가 목적이 아니라고 할 수 있다. 청와대의 고위관계자도 “각 기관장이 좌고우면(左顧右眄)하지 말고 신념을 갖고 개혁을 추진하도록 내각을 다그치는데 기본 취지가 있다”고 말했다.

김대통령은 각 부 장관의 심각한 반성을 촉구하고 신속한 개혁을 강조한 16일 국무회의에서 이미 이를 예고했다. 이번 중간평가는 또 내각의 팀워크를 다지고 ‘혼자서 뛰는 대통령상’을 불식시키려는 고려도 작용했을 것으로 보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김대통령은 이번에 각 기관장에 대해 엄정한 평가를 할 것이다. 내심으로는 이미 평가를 마쳤을 수도 있다.

김대통령은 금융 기업구조조정 완료 시한으로 정한 8, 9월을 전후해 ‘잘하는 장관’과 ‘못하는 장관’을 가려 상벌을 내릴 것으로 관측된다. 상벌은 개각과 깊은 연관이 있을 가능성이 높다.

〈임채청기자〉ccl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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