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공행상의 계절…설레는 「功臣」 덤덤한 「金心」

  • 입력 1997년 12월 21일 20시 24분


선거는 끝났다. 이제 논공행상의 계절이다. 김대중(金大中)후보의 당선을 위해 뛰었던 국민회의 당직자들의 마음도 설레고 있다. 김당선자가 혹시 자신의 공을 잊지나 않을까, 실수로 인사 명단에 자신의 이름이 빠지지나 않을까 조바심도 낸다. 20일 김당선자는 임창열(林昌烈)경제부총리와 심우영(沈宇永)총무처장관의 보고를 받기 위해 모처럼 당사에 들렀다. 그러자 선거후 모습을 보이지 않던 당직자들이 순식간에 모여들었다. 김당선자에게 한 번이라도 더 「눈도장」을 찍기 위해서였다. 현재 당직자들 사이에 초미의 관심사로 부상한 문제가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구성이다. 지난 정권의 관례로 봤을 때 인수위 참여 인사가 새 정권에서 중용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인수위는 위원장을 포함해 국민회의와 자민련이 12명씩을 추천, 모두 25명으로 구성된다. 당 중진들은 대부분 인수위원으로 추천되기를 은근히 원하고 있다. 국민회의측이 맡게될 위원장으로는 조세형(趙世衡)총재권한 대행, 이종찬 한광옥(韓光玉)부총재 등 당내 여러 중진들이 거론되고 있다. 그중에서도 이부총재의 이름이 가장 많이 오르내린다. 후보지원단장으로서의 업무 연속성을 인정받고 있기 때문이다. 이부총재는 이번 선거에서 기획파트를 맡았던 신주류의 핵심인사. 자연 조직과 당무쪽을 맡았던 구주류측의 반발이 만만치 않다. 구주류의 한 인사는 『총재가 인수위원장에 대해 아직까지 한 마디도 얘기한 적이 없다』고 말해 인수위원장에 이부총재가 유력하다는 하마평을 은근히 「자가발전(自家發電)」으로 치부했다. 내년에 치러질 지방자치선거 공천문제도 신경전의 대상이다. 특히 서울시장 경기도지사 후보 등 핵심 자리를 놓고 수면하 움직임도 벌써 활발해지고 있다. 또 당내 자신의 입각 경쟁상대를 뒤에서 의도적으로 비난하는 일도 있다. 남편보다 부인들이 더 뛰고 있다는 얘기도 들린다. 장차관 등 정부직 인선도 대선에서의 기여도가 어떤 식으로든 반영될 수밖에 없다. 이때문에 당직자들은 기자들과 만날 때마다 『선거에서 생명을 걸고 뛰었다』거나 『드러나지는 않았지만 막후에서 나도 큰 역할을 했다』고 은근히 자랑하고 있다. 비록 농담이긴 하지만 「안기부장」 「국방부장관」 「비서실장」이란 호칭도 오가고 있다. 이같은 분위기는 자민련 내부도 마찬가지. 충청권을 중심으로 한 주류측과 대구 경북출신 중심의 비주류간에 눈에 보이지 않는 긴장관계가 형성돼 있다. 특히 김당선자가 대선기간 중 비주류의 박철언(朴哲彦)부총재를 배려하는 듯한 인상을 준데 대해 주류측은 내심 못마땅해 하는 분위기다. 충청권 의원들간에 은근한 공자랑도 심심찮게 들을 수 있다. 『우리지역에서는 김당선자가 50%이상 득표를 했다』 『김당선자가 우리 지역에서 이만큼 득표해 보기는 처음이다』는 내용들이다. 그러나 자민련 내에서는 『충청권 표가 결집된 것이 어디 의원들 때문이냐. JP(김종필명예총재)가 휘젓고 다녔기 때문이지』라며 이를 견제하는 목소리도 들린다. 당을 한 때 떠났거나 당무에 소홀했던 인사들이 갑자기 당에 나타나 「충신」을 자처하는 경우도 상당수다. 자민련의 중간당직자인 K의원은 평소 이름만 걸어놓은 채 당사에 나타나지 않다가 선거가 끝나자 김종필(金鍾泌)명예총재와 박태준(朴泰俊)총재를 그림자처럼 수행하고 있다. 또 4.11총선에서 낙선한 뒤 정계를 은퇴하다시피 한 국민회의 한 인사는 선거 직전부터 당사 출입이 부쩍 잦아졌다. 그러나 김당선자는 이같은 당내 인사들의 논공행상에 심한 거부감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조 총재권한대행이 21일 김당선자의 뜻임을 강조, 『정권인수위원과 향후 인사문제는 별개』라고 선을 그은 것도 인수위 자리를 놓고 당내 잡음이 불거지는 것을 예방하기 위해서였다. 또 김당선자는 당직자들보다는 각 분야의 전문 테크노크라트들을 중용할 것이라는 얘기도 흘러 나오고 있다. 김당선자의 한 핵심 측근인사는 『총재는 경제도 어려운 상황에서 당내 논공행상이 부각되는 것 자체가 국민정서와는 거리가 멀다는 입장』이라며 『자가발전을 하는 것이 오히려 손해가 될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이것도 오랜 야당 생활 끝에 집권하게 된 DJ주변의 새로운 풍경이다. 〈윤영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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