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총재 향후 행보는]민정계, 사실상 黨장악

  • 입력 1997년 10월 25일 21시 30분


신한국당의 이회창(李會昌)총재가 강삼재(姜三載)전사무총장 후임으로 김태호(金泰鎬)조직본부장을 임명한 것은 작지 않은 의미를 지닌다. 무엇보다 민정계인 김의원이 당의 핵심요직인 사무총장에 임명됨으로써 신한국당의 「민정당화(化)」 이미지가 더욱 강해진 점이 주목할만하다. 현정부 출범 이후 여당의 사무총장 자리는 민주계가 거의 독점해왔다. 95년 「6.27」 지방선거 직후 김윤환(金潤煥)공동선대위원장이 1개월 정도 사무총장을 맡았던 것을 빼놓고는 민정계가 차지한 적은 단 한번도 없었다. 김신임총장은 신경식(辛卿植)총재비서실장 윤원중(尹源重)총재비서실부실장 등과 함께 확실한 「허주(虛舟·김윤환선대위원장의 아호)계」로 분류된다. 이 때문에 민주계를 주축으로 한 비주류측에서는 『이총재가 신한국당을 「김영삼당」이 아닌 「이회창당」으로 탈바꿈하겠다더니 실제로는 「허주당」이 돼버렸다』고 힐난한다. 이같은 맥락에서 볼 때 김신임총장을 비롯한 새 지도부는 김영삼(金泳三)대통령에 대한 공세의 수위를 높이면서 김대통령과 완전한 결별의 길로 나아갈 것으로 보인다. 이총재측은 25일 자신을 향해 칼을 들이댄 박범진(朴範珍)의원이 김대통령의 당측 비서실장이라는 점을 유난히 강조하면서 김대통령을 폭로의 배후조종자로 간주하는 듯한 분위기다. 박의원의 폭로는 우발적인 사건이 아닌 계획적인 음해이며 청와대 관계자들이 일부 의원들에게 당의 단합을 저해하는 전화를 걸고 있다는 증거를 확보했다는 게 이총재측 주장이다. 이총재측은 또 김대통령에 대한 공격을 앞으로는 이인제(李仁濟)전경기지사와 연계시키는 전략을 준비중이다. 당내 민주계가 탈당을 결행할 경우 김대통령이 뒤로는 이전지사를 지원해왔다는 「음모」가 사실로 드러났다는 점을 집중 부각시키면서 대대적인 공세에 나선다는 게 이총재측 복안이다. 결국 이총재측은 조순(趙淳)민주당총재를 제외하고는 김대통령 김대중(金大中)국민회의총재 이전지사 등 모두를 향해 전투를 벌이는 「전방위 공격전략」으로 승부를 걸겠다는 심산인 것 같다. 〈김정훈기자〉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