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J 『걸림돌을 디딤돌로』… 내각제형태 양보 움직임

  • 입력 1997년 10월 16일 20시 18분


국민회의와 자민련의 후보단일화 협상이 거의 「초읽기 단계」에 들어간 듯 긴박하게 돌아가고 있다. 그동안 DJP 협상에서 자민련은 순수내각제만은 결코 양보할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해왔다. 이에 반해 국민회의는 후보지지율과 당세(黨勢)가 자민련보다 크게 앞서고 있는데도 권력을 5대5로 균분(均分)하고 내각제마저 양보하면 『우리는 뭐냐』는 불만이 많았다. 따라서 대통령이 외교 국방권을 행사하는 「절충형 내각제」에 대한 집착을 보여 왔다. 이같은 양당 총재의 동상이몽(同床異夢)은 DJP협상의 가장 큰 걸림돌로 작용했다. 합의문 작성시한(15일)을 넘기게 된 결정적인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었다. 그러나 신한국당의 폭로공세로 촉발된 「비자금정국」이 절정에 달한 14일부터 팽팽하게 맞서온 DJP 협상이 결정적인 변화조짐을 보이기 시작했다. 이날 국민회의 한광옥(韓光玉) 자민련 김용환(金龍煥)부총재는 단독회동에서 각자 염두에 두고 있는 합의문 초안의 골자를 불러주며 조율한 것으로 알려졌다. 자민련측은 합의문 교환은 내각제 형태에 대한 이견 절충이 끝난 뒤에나 가능할 것이라고 못박았다. 김부총재는 「공동정부」의 구성 및 운영에 관한 사항은 문구수정 등 소폭양보를 할 수도 있지만 내각제 개헌시기와 형태에 관해서는 『단 한 글자도 고칠 수 없다』는 단호한 입장을 전달한 것으로 전해졌다.「최후통첩」을 한 것이다. 이에 한부총재는 『DJ를 설득할 시간을 달라』고 요청한 뒤 자민련측의 강경한 입장을 김대중총재에게 가감없이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총재는 자문그룹인사 및 핵심측근들과 「JP의 의중」과 DJP협상을 언제 어떤 식으로 마무리해야 할지를 논의한 뒤 「장고(長考)」에 들어간 것으로 전해졌다. 김총재의 측근은 『DJ가 협상의 걸림돌인 내각제 형태를 결국 양보할 것으로 본다』며 『비자금정국으로 대선판도가 뒤엉킬 것을 우려해 DJP협상을 하루빨리 끝낼 필요가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현재 자민련은 15일 6인 협상소위 자체회의를 갖고 국민회의측이 양보해 협상이 쾌속항진할 경우에 대비, 김종필총재의 결단을 촉구하고 당내 반발을 무마하는 작업 등에도 신경을 쓰고 있다. 이에 앞서 국민회의 한부총재는 『비자금 파문 등으로 합의문 작성시한을 넘겼지만 이달중으로는 협상이 완전히 타결될 것으로 자신한다』고 말했고 자민련 김부총재는 『(국민회의가 양보해 협상이 타결될지는)두고보아야 할 문제』라면서도 『그쪽에서 (순수내각제를 받아들이겠다는) 정확한 의사결정을 내리면 바로 합의문 초안을 교환하고 본격적인 축조심의에 들어갈 수 있다』고 말했었다. 그러나 DJP협상의 타결전망이 밝을수록 여권의 「DJP 흔들기」 작업이 가시화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 양당 관계자들의 우려다. 특히 자민련 일각에서는 벌써부터 『JP가 흔들리는 것 같다. 여권의 압력이 대단한 것 같다』는 얘기들이 새나오고 있다. 〈최영훈·이철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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