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J 비자금說]「2차폭로 취소」 정치권 반응

  • 입력 1997년 10월 9일 20시 49분


신한국당이 9일로 예고까지 했던 「2차 폭로」를 미루자 국민회의는 『1차 폭로가 국민의 호응을 얻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공세를 취하면서도 긴장을 늦추지 않았다. 자민련과 민주당 등은 장기전을 위한 「숨고르기」가 아닌가 하는 의혹의 시선을 보냈다. ○…국민회의 정동영(鄭東泳)대변인은 이날 논평을 통해 『의기양양하던 신한국당이 이른바 2차 폭로를 못하고 주춤거리는 것은 폭로전에 진저리를 치는 여론을 의식했기 때문』이라고 공격했다. 그러면서 당 관계자들은 8일 오후 실시한 5개 지방신문 여론조사에서 김대중(金大中)총재의 지지율이 떨어지지 않은데 대해 안도했다. 한편 국민회의는 유사시에 대비, 『신한국당 이회창(李會昌)총재의 비리를 폭로할 만반의 준비가 돼있다』면서도 진흙탕싸움을 벌인다는 비난여론이 일 것을 의식해서인지 「이총재비리」 폭로에는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당의 한 관계자는 『경선과정에서 이총재가 쓴 수백억원의 경선자금과 그 출처, 부동산투기의혹, 탈세사실 등에 대한 구체적인 자료를 확보해 놓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이 「비밀병기」의 위력이 과연 어느 정도인지에 대해서는 모두들 언급을 회피하고 있어 당내에서도 궁금증이 증폭되고 있다. ○…자민련 당직자들은 『추악한 정쟁을 중단하라는 비난여론을 의식, 폭로전을 중단키로 한 것이라면 다행』이라고 평가하면서도 『비자금정국을 장기화하려는 「노림수」일 수도 있다』고 경계했다. 이규양(李圭陽)부대변인은 『신한국당이 앞으로 언제라도 폭로할 수 있다는 태도라면 이는 비열한 「협박정치」』라며 『권력의 힘을 빌려 금융실명제를 야당파괴에 사용하는 것은 있을 수 없다』고 주장했다. 한편 「비자금정국」에 대한 공식반응을 삼가고 있는 당의 방침과 관련, 일부 당직자들은 『대여(對與) 공세를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당지도부에 건의했으나 김종필(金鍾泌)총재는 『좀더 지켜보자』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민주당은 신한국당이 김대중총재가 노태우(盧泰愚)전대통령으로부터 추가로 받았다는 6억3천만원의 증빙자료만을 밝힌데 대해 『여론의 추이를 지켜보기 위해 속도조절을 하는 것』이라는 반응을 보였다. 조순(趙淳)총재의 한 측근은 『신한국당이 국민회의와의 양자구도로 몰아가는데는 성공했으나 정치권의 이전투구(泥田鬪狗)식 싸움을 주도하는 것으로 여론에 비춰지는데 부담을 느낀 것 같다』며 『여론의 추이를 지켜보다가 유리하다고 판단하면 조만간 후속타를 내놓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인제(李仁濟)전경기지사진영은 9일 『대선을 앞두고 추악한 싸움을 자제키로 한 것은 다행스런 일』이라는 반응을 보였다. 이창우(李昌雨)부대변인은 『우리의 기본입장은 대선운동을 정책대결위주로 벌여야 한다는 것』이라며 『여야는 국민의 불신을 조장하는 무차별 폭로전보다 고비용정치구조 개선을 위한 제도개혁에 힘을 쏟아야 할 때』라고 주장했다. 〈이원재·김재호·이철희·정용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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