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게 내 탓』 고개숙인 李대표

  • 입력 1997년 9월 25일 19시 57분


『대표 자신이 뼈를 깎는 노력으로 자신을 변화시키지 않는 한 승산은 없다』 요즘 들어 이회창(李會昌)신한국당대표의 핵심측근 가운데도 이런 말을 하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그러면서 측근들은 저마다 이대표의 문제점과 처방을 지적하고 나서는 분위기다. 우선 「이대표가 특유의 대쪽과 강기(剛氣)를 잃어버리고 정치적 계산에만 골몰하다 난관에 부닥쳤다」는 지적이 많다. 전두환(全斗煥) 노태우(盧泰愚)씨 사면 파동과 정강정책 개정 등의 과정에서 이대표 자신부터 우왕좌왕했다는 것. 한측근은 『요즘 이대표에게서 가끔 생소함이 느껴진다. 초심(初心)으로 돌아가야 한다』고 말했다. 또한가지 비판의 대상은 이대표의 「독선과 고집」. 이대표는 거의 모든 결정을 혼자서 내리거나 그 당시 측근 몇사람의 의견만을 듣는다는 게 측근들의 지적이다. 이달초의 당직개편 때도 그랬고 이번 후임대표 임명 파동도 그런 스타일에서 비롯됐다는 것. 아들병역문제 때도 주변에서는 「선 사과, 후 해명」을 건의했지만 이대표는 계속 「선 해명, 후 사과」의 입장을 고수했다. 이대표는 최근까지도 사석에서 『내 평생 혼자서 남보다 반박자 빨리 결정을 내렸지만 틀린 적이 거의 없었다』고 자신감을 표시했다. 그러나 이대표는 25일 초선의원 모임에서 『현재 당이 어렵게 보이는 데 책임은 나에게 있다』고 자책(自責)의 뜻을 분명히 했다. 이에 대해 한 측근은 『이대표가 자신에 대한 비판과 위기수습 방안이 동전의 앞뒷면과 같다는 것을 깨달은 것 같다』고 말했다. 이대표는 30일 전당대회가 끝난 뒤부터 철저하게 「나홀로」 이미지를 벗겠다는 생각이다. 강재섭(姜在涉)정치특보는 『전당대회가 끝나면 신임 총재는 국민을 직접 상대하고 더 이상 당내문제에 매달리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대표는 총재직을 넘겨받은 후 「이한동(李漢東)―김윤환(金潤煥) 투톱체제」에 상당히 기대를 걸고 있는 눈치다. 다만 이,김고문이 얼마나 마음의 빗장을 열고 다가올는지는 여전히 불확실하다. 그러나 자신의 책임론을 바탕으로 한 화합노력에도 불구하고 상황이 호전되지 않을 경우 이대표는 특유의 강기를 다시 발휘하겠다는 심산인 것 같다. 필요하다면 김영삼(金泳三)대통령과의 「차별화」에도 주저하지 말아야 한다는 주장도 세를 얻어가는 분위기다. 하지만 총재직을 내놓은 김대통령을 치받아 봐야 무슨 실익이 있겠느냐는 주장과 『이미 실기(失機)했다』는 반론도 만만치 않아 차별화 전략이 실행에 옮겨질는지는 미지수다. 〈박제균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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