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암」北유엔대사 향후 거취 관심…망명 가능성도

  • 입력 1997년 9월 4일 20시 29분


미국 뉴욕대학병원에 입원중인 유엔주재 북한대표부 김형우대사의 향후 거취에 관해 유엔외교가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그는 당초 알려졌던 것보다 중병인 간암을 앓고 있으며 평양측이 치료비를 대지 못하는 가운데 본인은 미국에서 수술받기를 원하고 있어 일부에서는 그의 망명 가능성까지 거론되고 있다. 4일 현지 외교가 소식통에 따르면 김대사는 지난 주 병원측의 정밀검진 결과 당초 알려진 것처럼 당뇨병의 합병증에 따른 폐렴이 아니라 간암이 상당히 진전된 상태인 것으로 나타났다. 병원측은 이같은 사실을 본인과 가족에게 통고하고 시급히 수술을 받을 것을 권유한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병원측은 수술 전에 50만달러(약 4억5천만원)를 지급보증할 것을 요구했다. 이 병원에서 수술을 받으려면 퇴원 때까지 1백만달러 이상의 치료비가 들어가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처럼 막대한 치료비가 드는데 대해 평양측은 전혀 관심을 보이지 않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유엔주재 한 외교관은 『평양측이 어려운 경제사정 때문에 김대사가 수술을 포기하고 귀국하기를 희망하고 있지만 외교가의 눈을 고려해 강제적으로 귀국을 종용하지는 않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밝혔다. 이 외교관은 그러나 김대사가 최근 측근에게 『살기 위해 귀국하기보다는 미국에서 수술받기를 원한다』는 말을 한 적이 있다고 전했다. 사실확인은 안되지만 북한대표부의 한 고위관리가 이번 일과 관련해 평양측을 신랄하게 비판했다는 소문도 나돌고 있다. 이에 따라 뉴욕 외교가에서는 김대사의 향후 거취에 관해 여러가지 추측이 나오고 있다. 그 중에는 김대사의 미국 망명설도 있다. 북한이 강제적으로 송환할 방법이 없는데다 미국의 입장에서 보면 비록 그가 건강한 상태가 아니고 효용가치도 높지 않지만 인도주의 차원에서 냉정할 수만은 없기 때문이다. 한편 김대사의 입원비는 이날 현재 10만달러 정도 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대사 신분인데도 불구하고 의료보험에 들어 있지 않고 평양의 지원도 없다. 그렇다고 자력으로 입원비를 해결할 수도 없는 실정이다. 북한대표부는 이를 해결하기 위해 오래전 관계가 끊어진 친북한계 재미동포에게까지 연락해 문병을 간청한 후 헌금을 받고 있다. 또 재미동포가 중심이 된 기독교단체와 이 단체에 소속된 한국인 의사들이 모금운동을 벌여 지금까지의 입원비는 어느 정도 확보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이 단체 역시 막대한 수술비에는 난감한 입장이다. 김대사의 거취여부는 수술여부가 결정되어야 할 2주일 이내에 판가름이 날 것으로 보인다. 〈뉴욕〓이규민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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