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대표 全-盧씨 사면추진]「DJ先제의」겨냥 기선잡기

  • 입력 1997년 9월 1일 08시 10분


신한국당 이회창(李會昌)대표가 마침내 정치권의 현안중 하나인 전두환(全斗煥) 노태우(盧泰愚) 전대통령에 대한 사면문제의 매듭을 풀고자 나섰다. 그것도 추석전 사면을 위해 서두르고 있어 그 배경에 정치권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대표의 전, 노씨 사면 조기매듭 추진은 일단 이대표가 지난달 28일 주장한 「대통합의 정치」를 위한 본격시동으로 보인다. 이대표는 이튿날 동아일보사와 한국방송공사(KBS)가 주관한 TV토론에서 이미 이를 예고했었다. 이대표는 이날 전, 노씨 사면과 관련, 『사회대통합이나 국민간 갈등과 불화를 씻어낸다는 차원에서 결코 할 수 없다고는 말하지 않겠으나 다만 그 시기는 신중하게 생각해야 한다』며 종전보다 훨씬 진전된 입장을 밝혔다. 아무튼 이대표가 불과 이틀만에 「신중한 생각」을 마치고 전, 노씨 사면시기를 앞당기기로 한 것은 직접적으로는 국민회의 김대중(金大中)총재가 30일 한 시사주간지와의 인터뷰에서 「김영삼(金泳三)대통령 임기내 전, 노씨 사면 단행」을 촉구하고 나선 데 자극받은 것으로 보인다. 「선(先)사과, 후(後)사면」을 주장해 온 김총재가 『사과를 하지 않아도 용서 차원에서 사면할 수 있다』는 쪽으로 입장을 선회, 선수를 치고 나오자 이대표가 맞받아친 측면이 있다. 이대표나 김총재 모두 김대통령 임기내 전, 노씨 사면이 불가피하다는 판단 아래 대선전략 차원에서 기선을 제압하기 위해 「장군멍군」을 부른 셈이다. 그러나 이대표와 김총재의 의도는 다르다. 이대표는 신한국당의 위기상황 타개와 국면전환을 위한 보수대연합 행보의 일환으로 전, 노씨 사면을 추진하고 있는 반면 김총재는 보수대연합 움직임을 견제하기 위해 이를 주장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돼 「동상이몽(同床異夢)」이라 할 수 있다. 문제는 김대통령의 태도이나 경위야 어떻든 여야가 한 목소리로 요구하고 있는 만큼 김대통령이 전, 노씨 사면을 특별히 거부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그동안 청와대측이 전, 노씨 사면에 긍정적인 언질을 내놓은 적은 없으나 어차피 여당 대통령후보의 건의가 선거 전의 큰 정치적 이벤트로 연결된다고 보았을 때 이 문제의 해결이 임박한 것으로 풀이된다. 〈임채청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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