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외교관의 현실]본업은 「외교」 부업은 「밀수」

  • 입력 1997년 8월 27일 20시 40분


북한의 해외공관원들이 밀수와 마약에 손대고 있다는 건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외교관이 가끔 추방되기도 한다. 국가의 체통과 외교관의 위신을 떨어뜨리는 이같은 행위를 왜 할까. 어떤 형태로 이루어지나. 서방소식통에 따르면 유럽이나 아프리카의 공관들중 제대로 북한정부로부터 자금지원을 받는 곳은 극히 일부분이다. 공관운영과 공관원의 생활비를 대부분 자체조달해야 한다. 북한공관원들에게는 많아야 2백달러 안팎의 월급을 주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이는 외교관으로서의 최저생활도 영위할 수 없을 정도의 수준이다. 서방의 한 북한외교관은 『공식적인 행사 외에는 아무것도 할 수 없으며 가장 큰 고민은 자녀들의 교육문제』라고 털어놓았다. 그렇다고 부인들이 부업을 할 수도 없지만 하는 것도 허용되지 않는다고 말한다. 아프리카 어느 공관의 경우 한 참사관이 귀임명령을 받았으나 철수에 소요되는 비용이 마련되지 않아 결국 6개월간 귀임을 늦추는 해프닝까지 벌어진 적이 있다고 전했다. 여기에다 일년에 두번씩 감당해야 하는 상납금이 있다. 직위에 따라 차이는 있지만 1천달러 이상이다. 때문에 외교관들이 먹고살기 위해서는 외화벌이가 불가피하다는 것. 공관원들의 외화벌이는 다양하다. 유럽 면세점의 경우 북한공관원들이 최대의 손님이다. 할당한도를 전부 구매해 주재국이나 인근 국가에 내다팔기 때문이다. 품목은 술과 담배 생필품이 대부분. 오스트리아의 빈은 대표적인 곳중 하나. 홍콩도 외화벌이의 주요 창구다. 올들어 지난 5월까지만 해도 북한이 사들인 담배는 한국돈으로 무려 33억원어치. 이들 대부분은 중국시장에서 소화됐다고 27일자 홍콩의 한 신문이 보도했다. 일부 공관들은 자체 자금조달을 위해 중고차를 임대, 자가운송업을 하는 경우도 있다는 것. 동유럽의 폴란드나 루마니아같은 곳에서는 공관건물 일부를 임대하고 있고 루마니아의 북한대사관은 자본주의의 상징인 카지노업에 임대를 하는 경우까지 생겨나고 있다. 카이로의 경우는 지역적 중요성으로 인해 다른 곳에 비해 그래도 다소 형편이 나은 편. 하지만 자체 자금조달은 피할 수 없어 밀수에 관여하거나 매년 1,2월 카이로에서 열리는 책전시회에 액자 자개 산수화 등을 들고나가 돈을 마련하기도 한다. 대부분의 공관원이 한 울타리안에서 생활을 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물론 전에는 감시용이와 이탈 방지가 목적이었지만 지금은 여기에다 생활비 절약이라는 목적까지 추가되어 있다. 본국지원의 절대부족과 외화벌이 강요는 외교관들의 사기를 극도로 저하시키고 있고 부정과 횡령이 불가피하며 발각될 경우 망명도 서슴지 않고 있는 추세다. 서방소식통들은 북한의 경제난 가중과 체제경색이 강화될수록 망명외교관은 늘어날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카이로·파리〓이진령·김상영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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