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인제씨등 黨수습노력 모른척…『金心이 기가막혀…』

  • 입력 1997년 8월 21일 20시 32분


金泳三(김영삼)대통령은 최근 부쩍 더 말수가 줄어든 것으로 알려졌다. 차남 賢哲(현철)씨의 구속에 따른 충격에서 완전히 벗어나지 못한 데다 「병역정국」이후 꼬여만 가는 정국상황을 추스를 마땅한 대응책이 없는 데 대한 답답함이 겹쳤기 때문이라는 게 측근들의 전언이다. 무엇보다 현재 청와대가 가장 고심하는 대목은 신한국당 경선이후 김대통령이 가장 힘을 쏟았던 당내갈등 수습에 「김심(金心)」이 먹혀들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청와대의 한 관계자는 『李會昌(이회창)대표의 지지율 하락에도 불구, 여권만 분열되지 않는다면 막판 여권표의 결집을 바라볼 수도 있지만 여권의 제2후보가 나설 경우 상황은 절망적』이라고 잘라 말했다. 하지만 청와대측은 이미 李仁濟(이인제)경기지사나 朴燦鍾(박찬종)고문의 출마를 「반쯤은」 기정사실로 간주하는 눈치다. 두 진영에서 감지(感知)되는 분위기도 실제 심상치 않다. 지난달 당 경선후 김대통령과 두차례 만난 이지사의 측근들은 청와대 면담에서 이지사가 무슨 얘기를 듣기보다는 자신의 의견을 적극 개진했다고 설명하고 있다. 지난달 23일 첫 면담에서는 단도직입적으로 이대표의 대선경쟁력에 의문을 제기했고 지난 13일 두번째 면담에서도 『이대표를 도와주라』는 김대통령의 당부에 『지켜 보기만 해달라』며 독자행보를 강조했다는 것이다. 박고문도 『경선후 두차례나 청와대쪽의 면담제의가 있었으나 거절했다』며 김대통령과 이대표에 대한 원망을 감추지 않고 있다. 박고문의 측근들은 『박고문이 그렇게 당에 헌신했으나 돌아온 것은 없었다. 더 이상 김대통령에게 이용당해서는 안 된다』며 노골적으로 출마가능성을 흘리고 있다. 그러나 청와대측의 반응은 『경선결과에 승복해야 한다는 원칙을 강조하는 길 외에 과거처럼 물리력으로 경선에 개입할 수 있는 시대상황이 아니지 않으냐』는 어정쩡한 입장이다. 청와대측은 吳益濟(오익제) 전천도교 교령의 밀입북사건을 계기로 시작된 「공안정국」에서도 이대표가 득을 보지는 못했다고 분석하고 있다. 오히려 김대통령은 「색깔론」 공방으로 대선국면에 영향을 미치는 것이 정도(正道)가 아니라는 인식을 갖고 있다는 것이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결국 청와대측은 꼬인 정국을 풀어가는 것은 기본적으로 이대표쪽의 「몫」이라고 생각하는 눈치다. 다만 「경선결과 승복」「후보교체불가」 등의 「말」이외에 김대통령이 이대표를 직접 지원할 수 있는 카드가 없다는 점이 청와대가 고민스러워하는 대목이다. 〈이동관·이원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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