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개혁특위 합의배경]與,여론비난 의식 『일보후퇴』

  • 입력 1997년 7월 31일 07시 45분


정치개혁입법특위의 구성방법을 둘러싸고 파행으로 치닫던 제184회 임시국회가 막판에 합의를 이끌어낸 것은 여론의 비난을 의식한 여권의 태도변화 때문이었다. 이번 임시국회는 처음부터 꼬이기 시작했다. 신한국당의 대통령후보 경선 때까지 사실상 공전됐고 그 이후에도 특위의 여야동수구성을 놓고 한치의 양보도 없는 대치를 계속했다. 이런 와중에 터져나온 신한국당 李會昌(이회창)대표 두 아들의 병역문제는 막바지 임시국회를 여야 격돌장으로 변모시켜 사흘 동안 원색적인 공방만 계속됐다. 이번 임시국회를 소집한 가장 중요한 목적은 정치개혁입법이었다. 한보사태에서 비롯된 고비용 정치구조개선이라는 국민적 여론을 대통령선거 이전에 법적으로 수용해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여야는 각각 정치개혁입법안을 만들어 국회에 제출하기도 했으나 협상안에 대한 절충은 고사하고 특위구성단계부터 이견을 좁히지 못해 회기 마지막날까지 줄다리기를 계속했다. 그러나 여권이 막판에 여야동수특위구성을 수용한 것은 이번 회기내에 정치개혁에 대한 가시적인 성과를 이끌어내지 못하고 민생법안처리마저 외면한다면 집권당으로서 엄청난 비난을 받을 수도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물론 특위를 여야동수로 구성할 경우 여권의 의도대로 정치개혁입법이 이뤄지지 않을 가능성도 있다. 그러나 어차피 대선에서 쓸 「게임의 룰」은 일방적으로 만들 사안은 아니라고 판단한 듯하다. 특위를 구성함에 따라 여야는 곧바로 소집할 8월 임시국회에서 구체적인 개혁입법에 착수하게 됐다. 그러나 대선에서 유리한 고지를 차지하기 위한 여야의 대결은 이제부터 시작이라고 할 수 있다. 그만큼 선거법 정치자금법 정당법 국회관계법 등에 대한 여야 입장에 적지 않은 차이가 있기 때문이다. 여야는 벌써부터 상대방의 정치개혁입법안에 대해 『일방적인 내용』이라며 비난해왔다. 따라서 협상에 착수한다 해도 여야간 첨예한 대립으로 진통을 거듭할 공산이 크다. 특히 가열되고 있는 신한국당 이대표 두 아들의 병역문제 논란이 특위활동에 찬물을 끼얹는 걸림돌이 될 가능성도 있다. 야권은 이 문제를 대선정국에서 여당의 아킬레스건으로 여기고 공세를 더욱 강화해 나갈 태세다. 〈최영묵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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