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한국 경선 기류]위원장 따로 대의원 따로

  • 입력 1997년 6월 5일 20시 06분


신한국당내의 「대심(代心·대의원들의 의중)」이 경선판도에 무시할 수 없는 변수로 대두되는 분위기다. 이미 예상했던대로 「위원장 따로, 대의원 따로」의 현상이 점차 가시화되기 때문이다. 4일 저녁 崔炯佑(최형우)고문계 모임인 「정동포럼」 참석차 대전을 방문한 朴燦鍾(박찬종)고문 주변에서도 이같은 현상이 확연하게 드러났다. 5일 열린 「민주산악회」 등반대회에 참석하기 위해 부산에서 몰려든 시의원들은 박고문에게 『지구당위원장들이 뭐라 해도 우리는 박고문을 지지한다』고 선언했다. 물론 이같은 현상이 박고문 주변에서만 일어나는 것은 아니다. 당헌당규 개정으로 대의원들의 수, 특히 지구당 대의원들의 수가 5배 이상 늘어나면서 대의원들에 대한 지구당위원장들의 통제력이 크든 작든 약화되리라는 게 지배적 전망이다. 또 이러한 「이변(異變)」을 겨냥해 출마선언을 한 주자들도 없지 않다. 특히 갈등이 심한 경우는 이른바 「지역정서」가 강한 지구당들이다. 예컨대 李會昌(이회창)대표측이 자파(自派)로 꼽고 있는 부산의 柳興洙(유흥수) 金炯旿(김형오) 鄭義和(정의화) 鄭亨根(정형근)의원이 만약 이대표 지지를 굳히면 지역정서를 감안할 때 대의원들이 위원장 의중에 관계없이 「나의 길」을 갈 가능성이 적지 않다. 어쩌면 부산 경남출신중 「이회창 사람」으로 소문난 인사들이 대의원 눈치를 보고 충청권의 일부 민주계 인사들이 「친 이회창」으로 입장을 정한 배경에는 대의원들의 기류를 감지했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이 때문에 지구당 위원장들의 경우 지역정서와 달리 자신이 지지하는 경선주자가 막바지까지 압도적인 대세를 타지 못할 땐 「소신」과 「대의원 정서」 사이에서 고민해야 할 처지가 될 수밖에 없다. 더구나 당지도부가 경선주자들이 대의원 선출을 위한 지구당대회나 시도지부대회에 참석할 수 있도록 선거운동 범위를 확대, 「대의원 바람」이 한층 영향력을 갖게 될 가능성도 있다. 하지만 이같은 겉공기만 보고 상황을 예단(豫斷)하기는 어렵다. 아직은 지구당 위원장들의 영향력이 대세로 보이기 때문이다. 〈김창혁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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