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민련,『내각제 언제 누구랑 갈까』 행복한 고민

  • 입력 1997년 3월 27일 19시 55분


[이철희 기자] 최근 여권 내부에서 내각제논의가 불거져 나오자 자민련내에서는 미묘한 두가지 흐름이 교차하고 있다. 내각제를 추진하는 접근방식, 즉 공략의 선후(先後)나 완급(緩急)을 둘러싼 시각차가 노출되고 있는 것이다. 그동안 당내의 내각제추진은 「선(先)국민회의, 후(後)여권압박」이 기본전략이었다. 金龍煥(김용환)사무총장 朴哲彦(박철언)부총재 등을 중심으로 한 야권공조우선론이 그것이다. 「야권의 두 김총재가 스크럼을 짜고 金泳三(김영삼)대통령을 압박해야 한다」는 것. 따라서 최근 당내인사들의 「여권 두드리기」가 너무 일찍 노출되면서 국민회의에 경계심을 품도록 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의견이 대두하고 있다. 이 때문에 김총장은 요즘 침묵을 지키면서 사태추이를 관망하고 있다. 국민회의쪽과의 물밑대화도 주춤한 상태다. 박부총재도 여권움직임을 △야권교란용 △李會昌(이회창)견제용 △정국돌파용의 세가지로 분석, 『연내 개헌을 하더라도 현재 다수당인 신한국당의 입지를 인정, 재집권을 보장하는 식이어서는 안된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이런 접근방식에 불만을 품고 있는 인사들도 적지 않다. 鄭石謨(정석모)부총재 姜昌熙(강창희)의원 등은 『집권다수세력의 동의를 얻는 것이 연내개헌에 가까이 가는 현실적인 지름길』이라며 여권인사들을 폭넓게 만나 내각제를 설득하고 있다. 야권공조에 대해서도 이들은 『결국 DJ(金大中·김대중국민회의총재) 손만 들어주는 것 아니냐』며 강한 거부감을 갖고 있다. 金鍾泌(김종필)총재는 이같은 두가지 접근방식의 중간에서 적절한 균형을 유지하고 있다. 내각제는 「3김의 대타협」이 전제돼야 하므로 「전방위(全方位)설득」이 필요하다는 생각이다. 나름대로 당내인사간에 역할을 분담시키는 김총재의 용인술(用人術)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하지만 김총재는 현시점에서 내각제논의가 너무 급속도로 달궈지는 것은 경계하고 있다. 『함부로 코멘트를 하지 말라』고 속도조절을 지시한 것도 이런 맥락에서다. 이와 관련, 한 관계자는 『조만간 국민회의와 김대중총재의 불안감을 씻어주는 조치나 제스처가 있을 것』이라고 귀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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