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 개헌不可이후]李대표 『큰기침』…국민회의 관망

  • 입력 1997년 3월 27일 19시 55분


[박제균·이철희기자] 金泳三(김영삼)대통령과 李會昌(이회창)대표 등 신한국당 지도부가 팔을 걷어붙이고 내각제 개헌론 진화에 나서자 신한국당내 비주류측은 「잠시 주춤」, 국민회의는 「관망 유지」, 자민련은 「홍보 매진」 자세를 취하는 등 여야 3당이 제각기 다른 반응을 보였다. ▼ 신한국당 ▼ 일단 「이회창대표의 1라운드 승리」라는 게 당안팎의 관전평이다. 이대표는 27일 당직자회의에서 자신있는 어조로 『앞으로는 경제회생과 민심수습에 당력을 집중하겠다』고 향후 당의 진로를 밝혔다. 그동안 이대표측은 당내 대선주자들의 내각제 관련 발언을 자신들에 대한 「정면도전」으로 보고 대책마련에 부심했었다. 이대표가 지난주 「해당행위」를 언급한 것이나 26일 당무회의에서 『더 이상 자제하지 않겠다』고 한 경고성 발언도 같은 맥락에서 나왔다. 특히 당무회의에서의 경고 직후 청와대 주례보고를 통해 김대통령의 「추인」을 얻어 당내의 내각제 기류를 일소(一掃)하겠다는 것도 이대표의 아이디어였다고 한 측근은 전했다. 이대표는 청와대 주례보고 직후 李允盛(이윤성)대변인에게 두차례나 전화를 걸어 『내각제 불가에 대한 대통령의 의지가 강력하다』고 강조했다는 것. 이같은 분위기 탓인지 내각제 관련 발언의 진앙(震央)이었던 李洪九(이홍구) 李漢東(이한동)고문측은 27일 『내말은 내각제 개헌을 하자는 게 아니다』『더 이상 내각제 관련 얘기를 하지 않겠다』며 한발 물러섰다. 하지만 내각제 개헌론이 완전히 매몰될 가능성은 희박하다. 당의 한 관계자는 『내각제 논의가 사실상 이대표의 1인독주에 대한 다른 대선주자들의 견제책이기 때문에 조만간 다시 불거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 야권 ▼ 국민회의와 자민련은 신한국당 지도부의 개헌논의 금지령에도 불구하고 내각제 논의의 불길이 쉽게 사그라들지 않을 것으로 본다. 김대통령의 「내부경고」도 약효가 그리 크지 않을 것이라는 게 두 당의 공통된 분석이다. 그러나 여권의 속사정을 바라보는 두 당의 시각은 각자 입장에 따라 상반된다. 우선 국민회의는 27일 아무런 공식 논평을 내지 않았다. 여권의 움직임을 일단 관망하겠다는 자세다. 다만 鄭東泳(정동영)대변인은 사견임을 전제, 『한보정국의 반전(反轉)을 노리는 공작차원의 「얕은 수」로 본다』고 말했다. 또다른 한 당직자는 『「임기내 개헌을 안하겠다」는 것은 지금이라도 사퇴하고 내각제를 추진할 수 있다는 뜻일 수도 있다』면서 경계심을 표시했다. 당일각에서는 또 내각제 논의가 당리(黨利)상 그렇게 나쁠 것도 없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당장은 아니라도 자민련과의 대선공조를 위한 내각제 당론변경에 긍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논거에서다. 자민련은 여전히 『일희일비(一喜一悲)하지 않겠다』는 자세로 대여(對與)압박을 계속한다는 태세다. 연내 개헌 가능성이 남아있다는 「희망섞인 분석」도 변함 없다. 安澤秀(안택수)대변인은 『내각제 개헌의 필요성에 대한 정치권 공감대가 확산되는 이상 논의가 중단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특히 『최근 정치권 고위인사와 만나보니 내각제에 대한 김대통령의 자세도 많이 달라졌다는 얘기를 하더라』며 고무된 표정이다. 다만 자민련도 「호흡조절」에 들어간 느낌이다. 여권공략으로 국민회의측에 불안감을 줘서는 안된다는 생각 때문이다. 자민련은 앞으로도 국민여론 형성을 위한 「홍보활동」에 주력한다는 입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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