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對北유연책 선회]「잠수함사건」일단 『잠수』

  • 입력 1996년 11월 24일 20시 12분


마닐라 韓美(한미)정상회담이 잠수함 침투사건 이후의 남북경색국면을 푸는 실마리가 될 것인가. 북한의 사과와 재발방지 약속을 마지노선으로 삼아 한 발짝도 물러서지 않겠다던 정부의 대북(對北)자세가 金泳三(김영삼)대통령과 빌 클린턴대통령의 24일 정상회담을 계기로 유연해졌다. 회담에서 김대통령이 「전제조건없이」 남북문제를 다루자는 취지로 4자회담(남북한 미국 중국)을 제의했다는 점을 상기시키면서 북한의 사과와 재발방지 약속을 받는 문제도 4자회담에서 논의할 수 있다고 밝힌 것은 정부의 기존입장과 크게 다르다. 지금까지 정부는 4자회담은 물론 남북한과 미국이 참여하는 4자회담 설명회도 북한의 「납득할 만한 조치」가 선행된 뒤에야 이뤄질 수 있다는 강경입장이었기 때문이다. 잠수함사건의 해결을 여러 남북관계 재개의 전제조건으로 삼아온 정부방침에 근본적 변화가 생긴 것이다. 김대통령을 수행중인 정부 당국자는 특히 『북한의 사과가 없더라도 4자회담 설명회는 열릴 수 있다』고 설명, 잠수함사건이 북한과의 공식접촉에 장애가 되지 않는다는 새로운 입장을 밝혔다. 이같은 정부방침의 변화는 잠수함사건 자체를 4자회담의 틀 속에 포함시켜 꼬일대로 꼬인 남북문제를 푸는 돌파구를 찾으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이는 지금까지 고수해온 「잠수함사건 해결→4자회담 성사」구도로는 단시일내에 남북간의 긴장을 해소하기 어렵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이같은 정책전환에는 미국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클린턴대통령은 지난 20일 호주에서 『4자회담을 위한 「새로운 활력」이 필요하다』며 자신이 김대통령과 함께 제의한 4자회담을 실현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나설 것임을 시사한 바 있다. 정부 당국자는 『남북관계를 최단 시일내에 풀자는데는 한미가 똑같은 입장』이라고 밝혀 대북정책의 수정이 한미양국의 협의에 의한 것임을 내비쳤다. 이같은 전략수정에 따라 정부는 향후의 남북관계에서 주도권을 회복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군사정전위를 통한 「유감표명」수준으로 잠수함사건을 종결하려는 북한의 의도, 그리고 北―美(북―미)접촉이나 판문점 연락사무소 폐쇄 등을 통해 한미관계를 이간하려는 북한의 전략에 일정한 제동이 걸린 셈이기 때문이다. 당국자는 『사과의 수준 내용 형식 등을 모두 4자회담의 틀 안에서 논의하자고 정리, 미국도 더이상 북한의 심리전에 현혹되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정부는 그러나 「남북경협은 북한의 사과가 없는 한 재개할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 북한을 4자회담으로 끌어들이는 압력이나 유인수단으로 계속 활용할 방침이다. 당국자는 『현재 상황에서 정부가 북한을 지원하지 않는다고 해서 비난할 나라는 없다』고 말했다. 대북경수로사업 재개에 대한 정부의 방침은 유보적인 것으로 알려졌다. 당국자들은 기술진이 신변위협 때문에 북한을 방문할 수 없을 정도로 잠수함사건과 「현실적으로 연계」돼있기 때문에 경수로제공이 아무리 국제적인 약속이라 해도 이를 즉각 재개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마닐라〓方炯南기자〉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