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근원 국방부 유해발굴감식단장(오른쪽)이 19일 충남 천안시의 정인학 일등중사 유족 자택을 방문해 고인의 여동생인 정병숙 씨에게 전사자 신원확인 통지서를 전달하고 있다. 국방부 제공
6·25전쟁에 참전했다가 정전협정 체결 이틀 전에 전사한 국군용사가 70여 년 만에 가족 품으로 돌아왔다.
19일 국방부 유해발굴감식단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강원 철원군 원남면 주파리 일대에서 발굴된 국군 유해는 정인학 일등중사(현 계급 하사·당시 20세)로 확인됐다. 올해 들어 처음으로 신원이 확인된 호국영웅이다.
전북 정읍에서 4남 6녀 중 장남으로 태어난 정 일등중사는 1951년 9월 18세의 나이로 입대한 뒤 국군 7사단 소속으로 2년여간 수많은 전투에 참전했다. 1953년 7월 ‘적근산-삼현지구 전투’에서 적군과 싸우다 휴전 이틀을 앞두고 산화했다. 이 전투는 국군 7사단과 11사단이 금성지구(철원군 원남면 주파리)에서 중공군 4개 사단의 공격을 격퇴하고, 반격으로 전환해 전선을 안정시킨 공방전이다. 휴전을 목전에 두고 한 치의 땅도 물러설 수 없었던 시기였던 만큼 정 일등중사를 비롯한 많은 국군이 혈전을 벌이다가 장렬히 전사했다.
70여 년간 산야에 묻혀 있던 고인의 유해는 지난해 10월 7사단 예하 대대장인 정준혁 중령의 제보로 빛을 보게 됐다. 정 중령이 작전지역 내 지형정찰 과정에서 지표면 위로 노출된 낡은 방탄헬멧과 수통을 발견하고, 유해가 묻혀 있을 수 있다고 상부에 보고한 것. 이후 현장 발굴을 통해 정 일등중사를 비롯한 유해 7구가 M1 소총, 방탄조끼 등과 함께 발굴됐다.
군은 정 일등중사의 유품인 인식표를 근거로 병적기록부 확인 등을 거쳐 유족의 소재를 파악하고, 유전자(DNA) 시료를 채취했다고 한다. 이후 유해와 유족의 유전자 비교 분석 결과 가족 관계가 확인됐다는 것이다.
고인의 여동생인 정병숙 씨(69·충남 천안시)는 “작년 11월 군에서 유전자 시료를 채취하러 온다고 할 때는 어머니가 꿈에 보였고, 최근 오빠의 유해를 찾았다고 연락이 오기 전날엔 아버지가 꿈에 나오셨다”며 “두 분이 내게 오빠를 잘 맞이하라고 당부하신 것 같다”고 소감을 밝혔다. 군 유해발굴단은 이날 유족의 자택에서 고인의 참전 과정과 유해 발굴 경과 등을 설명하고, 신원확인 통지서와 유품 등을 전달하는 호국영웅 귀환 행사를 가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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