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화재 종로지점에서 일하는 일본인 보험설계사 서원우, 이케오 노부카, 죽정홍익 씨(왼쪽부터). 이들은 20여 년 전 한국의 역동성과 정에 반해 한국에 뿌리를 내렸다. 전영한 기자 scoopjyh@onga.com
“한국은 일본과 달리 무엇이든 하루아침에 확 바꿔 내는 저력이 있어요. 요즘 한국 사회가 (대통령 탄핵 정국 등으로) 많이 시끄럽지만 빨리 좋은 방향으로 변화를 이끌어 낼 겁니다.”
죽정홍익(50·귀화), 서원우(56·귀화), 이케오 노부카(57·여) 씨는 삼성화재 종로지점에서 보험설계사로 함께 일하는 동료다. 모두 1990년대 초반 한국이 좋아서, 혹은 인생의 반려자를 만나 이 땅에 뿌리를 내렸다. 8일 서울 종로구 삼성화재 사무실에서 이들과 만나 20년 넘게 내부에서 ‘외부의 시선’으로 바라본 한국 사회에 대해 들어봤다.
죽정 씨는 한국인 아내를 만나 1992년 한국에 왔다. 귀화하면서 이름을 ‘홍익’으로 바꿨다. 고조선의 건국이념인 ‘홍익인간’ 정신에 감동받아서다. 서 씨는 1988년 서울 올림픽에 자원봉사자로 왔다가 역시 자원봉사자로 한국에 온 일본인 아내를 만났다. 서 씨에게 “(당시 한국은) 경제성장의 절정기를 맞아 반짝반짝 빛나고 역동적이며 정이 넘치는 사람들로 가득한 곳”이었다. 그는 아내를 설득해 1992년 한국에 정착했다. 이케오 씨도 한국인 남편을 따라 1993년 한국에 왔다. 2007년 남편을 암으로 잃은 뒤에도 서울에서 시어머니와 함께 살고 있다.
이들은 한국 사회의 장점으로 ‘융통성’과 ‘빠른 변화’를 꼽았다. 매뉴얼이 정착된 일본 사회의 경직된 모습과는 정반대였다. 죽정 씨는 “일본은 한 가지를 결정하는 데 시간이 너무 오래 걸린다”며 “잘못을 바로바로 수정할 수 있다는 건 큰 장점”이라고 말했다. 서 씨는 “스스럼없이 서로 집에 초대하고 밥을 먹을 땐 무조건 함께 먹자고 권하는 한국인의 정에 반했다”고 했다.
20여 년의 세월이 지나면서 한국도 많이 변했다. 집집마다 활짝 열려 있던 대문은 굳게 잠겼고, 버스에서 가방을 들어주거나 자리를 양보하던 모습도 보기 어려워졌다. 이케오 씨는 “한국 사회가 개인주의가 만연한 일본을 닮아 가는 것 같아 안타깝다”고 말했다.
2, 3년 차 보험설계사인 이들은 같은 팀에서 일한다. 종로지점의 설계사 40명 중 8명이 이들처럼 일본인(귀화자 포함)이다. 각자 지인을 통해 추천받아 한 사무실에 모이게 됐다. 같은 처지인 만큼 서로 의지하며 힘을 보태고 있다. 어려운 보험 용어를 설명해야 하다 보니 주로 한국에 온 일본인을 대상으로 일한다. 이들은 “어려울 때 꼭 필요한 보험처럼 한국과 일본 모두에 도움이 되는 사람이 되고 싶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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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3-14 03:55:21
바꿔말하면 "냄비 근성". 확 끓어 올랐다, 언제 그랬냐는듯이 모른척. 외세의 침략을 받고 그렀게 당하고도 또 시간 조금 지나면 잊어 버리고 안일하게 대처하다, 또 처참하게 당하고...그래서 선동이 잘먹히고 떼법이 통하는 나라. 뚝배기처럼 서서히 끓어 오래가는게 좋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