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소설 흥미로워… 한국 배우와 영화로 만들고 싶어”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1월 2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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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 니시카와 감독, 배우 문소리와 대담

배우 문소리 씨(오른쪽)가 25일 일본 도쿄의 한 극장에서 일본 영화감독 니시카와 미와 씨와 대담하며 “한일 문화 교류를 활성화해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 사진 제공 한일차세대문화인대담 사무국
배우 문소리 씨(오른쪽)가 25일 일본 도쿄의 한 극장에서 일본 영화감독 니시카와 미와 씨와 대담하며 “한일 문화 교류를 활성화해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 사진 제공 한일차세대문화인대담 사무국
 “일본 고전영화에서 많은 자극을 받았다. 지난해 연극을 했는데 일본에 와서 공연할 기회가 있으면 좋겠다.”(문소리)

 “영화를 만들기 위해 캐스팅을 생각할 때마다 항상 송강호 설경구 최민식 문소리 등 한국 배우들을 먼저 떠올린다. 정말 대단하다. 인연이 된다면 꼭 같이 영화를 찍고 싶다.”(니시카와 미와·西川美和)

 25일 저녁. 일본 도쿄(東京) 신주쿠의 한 극장에서는 한국 배우 문소리 씨와 일본 영화감독 니시카와 미와 씨가 참여한 ‘한일 차세대 문화인 대담’이 열렸다. 둘은 대담 직전 동아일보와 인터뷰를 하고 “한일 문화 교류를 지금보다 활성화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문 씨는 2002년 ‘오아시스’에 출연해 베니스영화제 신인여우상을 받은 연기파 배우이며 니시카와 감독은 2006년 데뷔해 ‘유레루’ ‘우리 의사 선생님’ 등으로 일본 내 각종 상을 휩쓴 스타 감독이다.

 니시카와 감독은 “2000년대 초반 감독 데뷔를 준비하면서 이창동 봉준호 김기덕 감독의 작품을 보고 이렇게 농후한 영화를 만들 수 있다는 것에 충격을 받았다. 일본 영화에는 없는 뜨거움과 신랄함이 담겨 있었다”고 돌이켰다. 좋아하는 작품으로는 이창동 감독의 오아시스, 박하사탕, 밀양을 들며 “자연스러운 아름다움이 있고, 볼 때마다 매번 새로운 것을 발견한다”고 극찬했다.

 문 씨는 “한국 영화계에서도 일본 소설을 원작으로 한 작품이 많이 나오고 있다. 제가 지금 찍고 있는 임순례 감독의 영화 ‘리틀 포레스트’도 일본 만화가 원작”이라며 친근감을 드러냈다. 또 “오즈 야스지로(小津安二郞), 나루세 미키오(成瀨巳喜男) 감독이 만든 일본 고전영화를 좋아한다. 다카미네 히데코(高峰秀子) 같은 옛날 배우들도 멋있고 최근에는 가세 료(加瀨亮)와 함께 작업을 해서 친해졌다”고 덧붙였다.

 니시카와 감독은 “4, 5년 전부터 정치적으로 한일관계가 냉각되면서 양국 간 문화 교류가 감소했다. 10년 전에 비해 상대국의 영화를 볼 기회가 줄었다”며 아쉬움을 드러냈다. 또 “일본 영화계에서는 최근 상업적 성공만을 목적으로 하는 분위기가 강해지고 있다”고 우려했다. 문 씨는 “한국 영화계에서도 다양성이 사라지고 있는 것을 느낀다”고 말했다. 또 한국에서 여성 배우를 내세운 영화가 줄어드는 것에 대해 “관객들도 언젠가는 바뀌지 않겠는가. 그렇게 하도록 저도 더욱 노력하겠다”고 강조했다.

 둘은 앞으로 문화를 통해 양국을 잇고 싶다는 포부도 밝혔다. 직접 소설을 쓰고 이를 영화로 만드는 것으로 유명한 니시카와 감독은 “최근 한강의 ‘채식주의자’ 등 한국 소설을 흥미롭게 읽었다”며 “한국 순수문학 작품의 배경을 일본으로 바꿔서 영화를 만드는 것도 재미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앞으로 도전해 보고 싶다”고 말했다. 또 한국 배우와의 작업에 대해 “지금까지 기회가 없었다. 언어의 벽이 있지만 이를 잘 활용해 언젠가 새로운 것을 만들 수 있으면 좋겠다”고 기대했다. 문 씨는 “지난해 연극 ‘빛의 제국’에 출연했는데 일본에 와서 공연할 기회도 있으면 좋을 것”이라며 “케이팝, 드라마 외에도 다양한 분야에서 한국문화가 소개됐으면 한다”고 강조했다.

 둘은 2013년 영화제 참석차 방한한 니시카와 감독을 문 씨가 초청해 식사를 하면서 인연을 맺었다. 니시카와 감독은 “여배우 초청으로 밥을 먹은 것은 그때가 처음이자 마지막”이라고 했다.

 이날 대담에 앞서 행사장에는 문 씨가 직접 각본을 쓰고 연출한 단편영화 3편이 상영됐다. 여배우의 생생한 일상을 유머러스하게 그린 이 작품들은 문 씨가 대학원 졸업작품으로 만든 것이다. 문 씨는 ‘절묘한 연출력이다. 계속 영화를 만들라’는 니시카와 감독의 말에 “연출이 고생스러워서 팍팍 늙게 된다”며 웃었다. 니시카와 감독은 “일본에서도 영화 한 편에 세 살씩 먹는다는 말이 있다. 나이 드는 것을 두려워하지 말고 함께 도전하자”고 격려했다. 두 사람은 1974년 7월생이다.

 이날 행사는 한국국제교류재단과 일본국제교류기금, 구온 출판사가 공동 주최한 다섯 번째 문화인 대담이다. 주최 측은 그동안 소설가 건축가 미술가 등이 진행한 대담을 정리해 조만간 한일 양국에서 책을 낼 계획이다.
  
도쿄=장원재 특파원 peacechaos@donga.com
#문소리#니시카와#이창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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