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부 공무원 된 보트피플 “2만8000여 탈북가족의 손발될 것”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12월 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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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채 경쟁률 21대1 뚫고 합격한 이경희-방금철씨

통일부 정규직 공무원으로 채용된 탈북민 이경희 씨(왼쪽)와 방금철 씨가 3일 통일부 사무실이 있는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7층 복도에서 환하게 웃으며 오른 주먹을 굳게 쥔 채 파이팅을 외치고 있다. 박영대 기자 sannae@donga.com
통일부 정규직 공무원으로 채용된 탈북민 이경희 씨(왼쪽)와 방금철 씨가 3일 통일부 사무실이 있는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7층 복도에서 환하게 웃으며 오른 주먹을 굳게 쥔 채 파이팅을 외치고 있다. 박영대 기자 sannae@donga.com
“남북관계가 안 좋은데 복합농촌단지가 잘 진행되고 있습니까?”(신입 탈북민 공무원)

“민간단체나 국제기구가 간접 지원하는 등 상당히 진척이 됐습니다.”(선배 공무원)

“북한에서 나무를 다 베껴 먹어서 산림 조성이 중요합니다.”(신입)

“1970년대 한국도 민둥산이었지만 산림녹화에 성공했습니다.”(선배)

3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통일부 탈북민 신입 공무원 기본교육시간의 대화 내용이다. 통일부는 최근 북한이탈주민 5명을 일반직 7급(2명)을 포함한 정규직 공무원으로 공개 채용했다. 5명 채용에 104명이 몰릴 정도로 치열한 경쟁을 뚫고 합격한 만큼 교육에 임하는 자세도 남달랐다. 2005년 한국에 들어온 이경희 씨(42·9급)는 가정을 꾸리고, 돈을 벌어 남은 가족까지 데려온 ‘똑순이’ 주부다. 국립대전현충원에서 계약직 직원으로 일하다 이번에 ‘정식 공무원’의 꿈을 이뤘다. 이 씨는 북한에서는 시키는 대로만 하면 됐는데 한국에서는 스스로 선택해야 한다는 점이 가장 적응하기 어려웠다고 털어놨다.

“(북한에선) 유치원부터 세뇌 교육을 받는 데다 먹고살기 바빠 내가 누구인지를 모르고 살았어요. 한국에 와서야 ‘나라는 인간이 있구나, 소중한 존재구나’라는 걸 처음 깨달았죠.”

이 씨는 공무원이 돼 자아실현을 하고 싶다는 꿈을 꾸게 됐다. 사이버대에 진학해 심리학도 공부했다.

방금철 씨(30·9급)는 2002년 8월 18일 북한어선을 타고 서해로 귀순한 ‘보트피플’ 중 한 명이다. 당시 고교생이던 방 씨는 한국 정착 13년 만에 공무원이 됐다. 인천기능대를 졸업하고 자동차공업사 등에서 일하다 이번에 운전 9급으로 채용됐다. 가정 형편이 넉넉지 않아 자격증을 따는 데 집중했다. 이번 합격 소식을 듣고 온 가족이 뛸 듯이 기뻐했다.

“북한에서는 모든 정보가 차단돼 먹고사는 일 외에는 관심을 갖지 못했어요. 직접 통일정책을 만들진 않지만 작은 힘이라도 보태고 싶어요. 통일부에서 일하게 돼 감회가 남다릅니다.”

이 씨는 앞으로 경기 안성시 제1하나원에서 근무하게 된다. 그는 “탈북민이 2만8000명이 넘었는데, 이는 새로운 이산가족이 2만8000가족 생겼다는 뜻”이라며 “통일 이후 이들의 아픔을 달랠 수 있도록 탈북민 정책에 기여하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방 씨는 “다른 부처에도 탈북민이 확대 채용될 수 있도록 일선에서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우경임 기자 woohaha@donga.com
#통일부#공무원#탈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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