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서 동포들의 손과 발이 되어주는 한국인들…손경탁씨,김현정씨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8월 13일 03시 00분


코멘트
▼친딸 살해 혐의 이한탁씨 25년 구명활동한 손경탁씨▼
“李씨 석방땐 장가가던 날만큼 기쁠 것”


“저도 25년을 기다렸습니다. 주위에선 저에게 ‘한번 물면 안 놓는 진돗개 정신의 소유자’라고 하곤 했거든요. 그가 석방되는 날은 제가 장가가던 날만큼 기쁘고 흥분될 겁니다.”

불을 질러 친딸을 살해했다는 혐의로 ‘감형 없는 종신형’을 선고받고 수감 중인 재미교포 이한탁 씨(79)가 누명을 벗었다는 소식에 손경탁 씨(73·사진)는 만감이 교차했다. 이 씨의 고교(국립철도고) 후배인 손 씨는 구명위원회 공동회장이다.

11일 오후(현지 시간) 미국 뉴욕에서 만난 손 씨는 이 씨가 최근 보내온 편지를 보여줬다. 맞춤법 틀린 표현이 더욱 애절하게 읽혔다.

“살아서 맞나요지(만나야지)? 언제나 밖았으로(바깥으로) 나가게 됩니까. 빨리 서둘러 주세요.”(6월 14일 편지)

손 씨는 “모든 걸 잃은 이 씨에게 어찌 보면 저는 ‘(물에 빠진 사람이 붙잡는) 지푸라기’ 같은 존재였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대법원에서 유죄확정 판결이 났을 때 ‘더이상 할 게 없다’는 절망감이 컸다. 그러나 다 꺼진 것 같던 ‘구명의 촛불’은 기적처럼 다시 살아나곤 했다”고 말했다. 그는 “이 씨가 석방되면 정상인의 삶을 살아가도록 도와주는 일이 만만치 않을 것”이라며 “많은 지원과 관심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 씨는 손 씨가 운영하는 영어학원이 있는 뉴욕 주 플러싱 지역에 거처를 마련할 것으로 보인다. 손 씨에게 ‘구명운동에 적극 나서게 된 계기’를 물었다.

“‘이런 억울한 일을 해결하지 못하면 제2, 제3의 한국인 피해가 벌어질 수 있다’는 사명감이 생기더군요. 그리고 ‘이한탁’과 ‘손경탁’, 이름 끝 자가 둘 다 ‘탁’인 걸 보면 무슨 운명 같은 게 있나 봅니다.” 손 씨는 환하게 웃고 있었다.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 7년간 통역 전담 김현정씨▼
“日서 ‘거짓말 한다’ 억지 부릴때 속상해”


“90세를 바라보는 할머니들의 기억이 가물가물하다는 이유로 일본에서 ‘거짓말을 한다’고 억지 부릴 때가 가장 속상합니다.”

최근 미국을 방문해 백악관 국무부 관계자들을 면담했던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이옥선 강일출 할머니의 ‘입’ 역할을 했던 김현정 가주한미포럼(KAFC) 실행위원 겸 대변인(45·사진)은 9일(현지 시간) 동아일보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KAFC는 미 서부 지역에서 위안부 문제를 주도해온 시민단체다. 김 위원은 두 할머니의 워싱턴 방문 때 24시간을 함께하며 통역을 전담했다.

2007년 미 하원에서 ‘위안부 결의안’이 채택된 후 미국을 찾은 위안부 할머니 7, 8명의 방미 기간 통역을 전담해온 그는 할머니들이 ‘어’라고 잘못 말해도 ‘아’라고 제대로 알아들을 정도의 ‘위안부 할머니 전문 통역사’로 통한다.

교포사회에서는 그의 재능기부(무료 통역)의 경제적 가치가 매우 크다고 평가한다. 법정 통역 전문인 그의 시간당 임금은 최소 150달러(약 15만4000원). 이번 두 할머니의 방미 기간 통역만 돈으로 환산해도 1만 달러가 훌쩍 넘는다.

김 위원은 “미 정가에서 위안부 이슈를 주도해온 마이크 혼다 연방 하원의원 등은 할머니들의 용기 있는 행동에 진심으로 고마워한다”며 “반면 할머니들과 사진만 찍고 그 후에는 ‘나 몰라라’ 하는 일부 한국 정치인들의 모습은 아쉽고 안타깝다”고 말했다.

뉴욕=부형권 특파원 bookum90@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