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현준 MIT교수 “뇌, 머리카락 1000분의 1로 쪼개 연구”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4월 1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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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지도 세계적 권위자 승현준 MIT교수

승현준 MIT 교수는 “커넥톰을 규명해 이미지화하면 제타바이트(1조 기가바이트)의 정보량이 될 것이며 이는 인간과 유사한 로봇을 만드는 작업과도 연결될 것”이라고 밝혔다. 김영사 제공
승현준 MIT 교수는 “커넥톰을 규명해 이미지화하면 제타바이트(1조 기가바이트)의 정보량이 될 것이며 이는 인간과 유사한 로봇을 만드는 작업과도 연결될 것”이라고 밝혔다. 김영사 제공
“아인슈타인은 뇌가 커서 머리가 좋을까요? 우울증이나 정신질환은 왜 생길까요? 지금까지는 알 수 없었습니다. 앞으로 커넥톰(‘Connect’와 덩어리를 뜻하는 접미사 ‘ome’의 합성어·뇌신경 연결지도)으로 설명될 겁니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지난해 4월 뇌의 작동원리를 밝혀내는 뇌 이니셔티브 프로젝트에 1억 달러(약 1040억 원)를 투입한다고 발표했다. 한국계 미국인인 승현준(서배스천 승) 미국 매사추세츠공대(MIT) 뇌인지과학과 교수(47)는 그 프로젝트에 참가했다. 하버드대에서 이론물리학을 전공한 승 교수는 벨 연구소, 하워드 휴스 의학연구소를 거치며 인간의 뇌신경 작용을 연구해왔다. 그가 2012년 영어로 발표한 ‘커넥톰, 뇌의 지도’(김영사)의 국내 번역 출간 기자간담회가 열린 15일 승 교수를 만났다.

“그간 인간의 기억이 어떻게 생성되는지, 정신질환은 왜 생기는지를 규명하는 데 실패했던 것은 뇌가 어떻게 작동하는지를 알 수 없었기 때문입니다. 뇌를 언어담당 부위, 기억담당 부위 등 영역별로만 본 것도 문제였어요. 하지만 뇌 속 1000억 개 뉴런(신경세포)의 연결원리를 알면 정신질환을 치료할 수 있는 길이 열릴 겁니다.”

그는 지금까지 뇌신경세포인 뉴런 자체가 건강함에도 자폐증과 우울증에 걸리는 이유를 규명해내지 못한 것도 이 때문이었다고 설명했다.

“뉴런이 아니라 뉴런과 뉴런 사이의 연결이 문제인 거죠. 커넥톰을 통해 뉴런과 뉴런을 바로 연결할 수 있을 겁니다. 뉴런의 연결이 정상화되면 질환이 치료되는 거죠.”

하지만 현재까지 커넥톰의 연구 성과는 망막의 움직임을 규명한 정도다. 그는 “뇌를 머리카락의 1000분의 1 굵기로 잘라내고 그 단면에서 뉴런을 찾아 염색하는 방식으로 커넥톰을 만든다”고 말했다. 1000억 개의 뉴런과 1만 개 이상의 그 연결 구조를 밝히는 데는 수십 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전 세계인이 하루에 ‘앵그리 버드’ 게임을 하는 시간을 합치면 600년이라고 하더군요. 그래서 커넥톰을 그리는 온라인 게임 ‘아이와이어(Eye Wire)’를 개발했습니다. 온라인에 접속해 뉴런에 따라 색깔을 넣는 게임인데 130개국에서 10만 명이 참여합니다. 게임을 통해 새로운 유형의 뉴런도 발견됐죠.”

그는 커넥톰으로 ‘인간의 본질’도 구명될 수 있다고 믿었다.

“인간이 새로운 경험을 할 때 커넥톰이 바뀌고 이 과정에서 기억이 생성돼 저장됩니다. 그 패턴이 무작위적이다 보니 사람마다 기억이 다르고 개개인의 자아가 다른 겁니다. 하지만 거기에도 일정한 규칙과 패턴이 존재할 것이기에 이를 규명해 내면 인간의 마음에 대한 물리적 설명도 가능해질 것입니다.”

김윤종 기자 zoz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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